아버지의 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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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오는 길


마을 입구에 조그만 선술집 백열등 아래 비스듬히 내려앉은 외진 귀퉁이에 앉은 아버지의 뒤 모습


고단한 삶에 반쯤 떨군 목고개는 술잔에 얼굴이 비칠 정도이니 아버지는 가슴 앓이를 하며 속으로 울고 계신듯하다


말없이 아버지 앞에 앉아 빈 잔에 술을 채워드렸다 영원히 젊을실것 같았든 아버지가

내 앞에서 울고 계신다


찬찬히 나를 올려다보며 “내가 더 살겠니“ 아버지 술잔엔 절망과 눈물이 반이다


술에 취한 아버지를 업고 목발 두 개를 포대기 삼아 엉덩이에 받치고 술집을 나선다


“우리 아들 많이 컷네”


허털웃음 뒤로 금세 아버지의 찬 볼이 내 등에 쏟아지며 잠시후 뜨거운 눈물이 등짝에 배어든다


아들아!


다시 태어나면 "아버지" 그런 것 안할란다 큰 나무로 태어날끼다

그 그늘이 좋아 쉬어가는 사람들 사는 얘기나 들으면서...


이제야 알아차린 당신에 그 눈물을 가슴골 깊이 담고 난 걷고 있다

왜 이렇게 가벼워 지셨는지 내 걸음보다 내 눈물이 먼저 걸어가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아버지의 젊음은 가정을 위해 다 소진해 무척 힘드셨을 텐데

그저 묵묵히 해내시든 아버지 어깨 위에 얹힌 삶의 무게로 언제나 힘들게 사시면서

온전히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책임감에 짓눌리어 정작 자신을 더듬지 못해

내일 수술대에 오르실 아버지 아버지의 등짝에 때도 주름에 밀려 몇 마디도 나아가기 힘들다


야위고 골진 주름 뒤에 흐른 세월이 주름사이사이 머물러있어 가끔은 고통스럽고

때론 상처가 되었으리라


“내가 살수 있겠니”


“나으실 수 있어요 왜 그렇게 나약한 말씀을”


이 한마디가 이 생에서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한 번쯤 고달픔에 녹아 허물어지고싶을 때도있었을 텐데 홀로 마음에 싸리문 말없이 잠그고

침묵의 공간을 살아오신 아버지


가을이 오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익어갑니다


지금 아버지에 대한 작은 그리움조차 나에겐 행복입니다


어릴 적 비에 젖은 운동화를 밤새 부뚜막에 말리 시어 아침에 내어놓으시든 내 아버지


마을 모퉁이에 마중 나와 무거운 책가방 들어주며 서너 걸음 뒤에 말없이 따라오시든 내 아버지


내게 최고의 믿음과 울타리가 되어주신 내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고생을 우린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빈의자같이 “늘 있는 줄” “늘 그렇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밥상 위에 올라온 고등어는 힘들게 일하신 아버지가 자식들이 좋아하는거라 사오신 거다


“많이 먹으레이”라고말 못 하는 아버지와 “잘 먹을게요”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못 건네는 나


못난 자식놈들 평생 짝사랑하다 가신 내 아버지


그런 철없든 아들이 어느새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 세월이 건네준 짐을 이제는 벗어놓고 저세상에서 편안히 사셔요


"다시 태어나도 잊을 수 없는 사람"


“아름다운 외형”보다


"아름다운 행동”으로 보여주신 내 아버진 한쪽 다리가 없어도 여전히 나의 하늘입니다


아버지의 의족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