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장갑-노자규-
선천적 청각장애 아빠
열병을 앓고 난 뒤
후천적 청각장애 엄마
소리를 듣는 청인 아들과
말하지 못하는농인 부부의
가슴 시린 삶 속으로
들어가 보려하는 건
들을 수 없는 사람들만이
아는 아픔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난 아들이
혹 같은 장애를 가지진 않을까
다행히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엄마 아빠의자랑이 되어 갔습니다
비록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고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도 없지만
무음의 세상을 사는 그들은
마음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하면서
그들이 나누는 가슴 따뜻한
사랑의 언어로
축복과 같은 아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겠노라 다짐합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지 못하고자란 아들
"읽어줄 수 없었든 엄마"
부엌에서 밥 짓느라
아이의 울음 소릴 듣지 못해
불덩이가 된 것도 몰랐든
"듣지못하는 엄마"
묵언수행하듯
시선과 침묵이 오가는 수화로
제철을 지난 하늘처럼 아픈 가슴을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고
아픔까지 손으로 표현하지만
세상의 소리를 듣고 싶은
엄마 아빠는
마른 스펀지 같은 하늘도 없는 이 세상이 싫어질 때도 있었답니다
아들은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읽고 난 뒤
꼭 엄마에게 줄거리를 얘기하는데
엄마는 아들의 표정과 손짓으로 마음을 읽어내야 하기에
한시라도 아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답니다
바라만 보는 것
이상
해줄 수 없는 엄마
한참 부모와의 대화가 필요한 나이
아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엄마이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아들이지만
서툰 수화 솜씨로
본인의 마음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엄마 아빠의 얘기를 알아듣기도
쉽지 않은 아들
아들에게 자양분과 그늘 같은 부모지만 가슴으로 얘기하는
그들만의 사랑의 언어가 있어
괜찮다고 말합니다
"너네 엄마는 알람시계도 못 듣는데 어떻게 깨워주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장애로 바라보는 시선을 숨기고 싶은 것은
아마 이때부터 인 것 같습니다
사슴이 언덕을 오르듯
움쳐려 들지 않는 아들은
봄이 오는 아침같이
수화로
엄마 아빠와 대화하며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아빠가
취직을 하러 갈 때나
면접을 보러 갈 때도
아들이 같이 가 대신 면접을 봅니다
“우리 아빠 일 잘해요 힘도 세구요”
침묵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전도사가 된 아들은
방을 구하러 가는 일도 늘 함께합니다
농인에게는
집을 빌려줄 수 없다는 집주인
번번이
신발가게 음식점 등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지만
꼭 아빠를 필요로 하는 곳이
나설 거란 믿음으로 돌아온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통역을 안 해주면
그 조차도 힘들기에
함께 한다는 것에 고마워하며
늘 아들과 아빠는 그렇게 되돌아오는 일이 익숙하다 말합니다
사거리에서 엄마 아빠가 타고가든 오트바이가 사고가 났습니다
경찰관이 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부부
아들에게 황급히 전화를 하다
엄마는 공부하고 있을 아들에게 미안해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경찰관이
“메모지와 볼펜”을 건네줍니다
아들 없이는
이렇게 수첩 대화 밖에 할 수 없답니다
취직할 수 없는 부부는
그래서 호떡장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 흔한 인사를 하지 못하는 부부
손님들은 처음엔 불친절하다고
생각해 오지 않는 일도 많았답니다
손님에게 인사는 마음으로 한다는 부모를 위해
아들은
큰 도화지에
“우리 엄마 아빠는
가슴으로 들으며
마음으로 말합니다“
어느날
반죽을 가지고
호떡 포장마차에 다다른 순간
여학생 두 사람이 호떡을 먹으며
“병신들이 굽는 호떡 두 맛있네”
그들의 비아냥 거림조차
친절로 웃어 보이는 부부
아들은 한참이나 천막 뒤에서
그렇게 있어야만 했습니다
“이제 시작한 엄마 아빠가
용기를 잃게 될까 봐... “
비웃음이 있어도 지친 어깰 내어줄 서로가 있어 행복하다는 부부
친구 생일이라 저녁 먹고
온다는 아들이 일찍 들어왔네요
기울어진 하늘과 다투다 돌아온 듯
고객만 까딱이곤
자기방으로 들어갑니다
장애인 부모를 둔 자식이라
초대하지 말랬다는 친구의 말이
가슴 아팠든 것 같습니다
벽을 사이에 두고
엄마는 들리지 않는 소리라도
듣고파 귀 기울여봅니다
살며시 방으로 들어서니
아들은 입안에 주먹을 넣고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네요
작은 흐느낌이라도새어 나갈까 봐..
“크게 울어도
못 들은 엄마인데도 말입니다”
무음의 공간에
피어나 소리 내지 못하는
혓바닥으로 한생을 꿈틀거리며
공기 흐르는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그들인지라 세상에 베이는 일들이 너무 많다 말합니다
“영화를 보더라도
될 수있으면자막이 나오는 외화를
보게 된다는 부부“
세상에 편견 앞에
다른 세상을 사는 그들은
살아내기가 참 퍽퍽하다 말합니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아들은 내일이 대회가 있다는 말을
엄마 아빠에게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이 바빠 못 오신다는
거짓말을 하고 선 말입니다
드디어 아들의 차례..
관중에게 인사를 하다 관람석에
나란히 앉은 엄마 아빠를보구선
놀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피아노를 칩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두 눈을꼭 감은 채
마음으로 아들의 연주를 듣고 있습니다
아들은 알게 되었나 봅니다
분명 엄마 아빠의 마음속에는
피아노 소리가울려 퍼지고있다는 것을
아들에 눈가와
엄마 아빠의 눈가엔
알 수 없는 눈물이 똑같이 흐릅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셋이서 나란히 걸어 나옵니다
하늘에선 하얀 눈이 내려오네요
엄마 아빠 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엄지 장갑 속에 손가락처럼
손을 꼭 잡고 걸어갑니다
-울림 있는 외침-
벙어리장갑이란 말도 장애인에는 상처가 됩니다
-당부의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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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자규”를 꼭 밝혀주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