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노입니다.
겨울이 길고 눈도 많이 오는 미국엔
작은 동네 스키장부터
한두시간 거리의 제법 규모가 큰 스키장까지
어렵지 않게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국민 스포츠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딸아이의 스키를 새로 바꿔야해서 동네 스키숍에 다녀 왔습니다.
가보니 요런 아이들의 스키가 있더군요.
조그마한 아이들이 이런 스키를 타고 눈밭을 달릴거라 생각하니
참 귀여워 보였습니다.^^
얼음왕국의 엘사가 그려진 스키와 스타워즈라 쓰여진 스키
엄마가 스키를 살 동안 그림을 그리며 기다리는 아이
저의 큰 아이가 이 아이만할 때 였습니다.
지인의 겨울 별장이 있는 곳으로 스키를 타러 갔었습니다.
저는 스키를 잘 못탑니다.
어릴적 한국에서 타 본적도 없고
겨우 미국서 몇번의 스키를 타본게 다였을 때였거든요.
반면 남편은 스키를 타며 발레를 할 정도로 잘 탑니다.
지인이 스키 코스 중에 아주 쉬운 코스라기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너무 높이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프트가 하염없이 높이 올라가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다시 물르고 뒤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리프트에서 내려 어찌 용기를 내어
조금씩 지그재그로 내려가 보려하는데
너무 가파른 각도에 도저히 더 이상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큰아이와 남편 그리고 나.(둘째가 태어나기 전)
스키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아빠의 도움이 필요한 어린 딸.
그리고 겨우 버니 힐에서나 탈 수준의 나.
남편은 딸아이와 마주보며 뒤로 스키를 타면서
딸아이가 자신의 스키 폴을 잡고 내려갈 수 있게 하면서도
눈은 자꾸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스키장의 경사로 인해 내려가는 속도가 붙으니
공포심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전 멈춰섰고 남편에게 아이를 데리고 먼저 내려가라 했습니다.
말도 안된다는 남편에게 괜찮다고 아이만 잘 데리고 가라고.
"괜찮아~ 먼저가~ 먼저가~^^ "......(ㅠㅠ)
(아이가 생기기 전엔 남편이 날 돌봐주며 둘만 오손도손 스키를 탔었는데...)
그렇게 걱정 가득한 남편의 눈빛을 보며
저흰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사로 인해 자꾸 밑으로 내려가니 저와의 거리가 멀어질 밖에요.
혼자 덩그러니 남게되니 드는 생각은
"난 이제 어떻하지..."
속으로 이 곳이 쉬운 곳이라고 말한 지인을 원망하고
어떻게든 내려는 가야겠고...
결국 스키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걸었습니다.
막막하고 무섭고 외롭고 슬펐습니다.ㅜㅜ
한손엔 벗은 스키를 들고 엉금엉금 눈길을 내려가는데
한 남자가 멈춰서선 저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습니다.
사정을 설명하니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스키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고 강경하게 말하며
자신이 도와줄테니 자신을 붙잡고 가자하니
저도 무거운 스키부츠를 신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겠단 생각이 들어
결국 다시 스키를 신고 그의 뒤를 붙잡고 내려갔습니다.
그가 아무리 스키를 잘 타도 경사가 워낙 가파르고
스키 길이로 인해 그의 스키와 나의 스키가 자꾸 부딪히니
그도 넘어지고 나도 넘어지고...
그가 먼저 일어나 날 일으켜 세우며 괜찮냐 물어보고
다시 내려가다 또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
멀리서 우릴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 영화 "러브 스토리" 같은 모습이였을 겁니다.
눈밭에서 한쌍의 남녀가 뒹굴며 노는 것 같은 모습.
하지만 가까이 줌을 하면 추워서 눈물 콧물 다 나오고 비명 지르고...
세번을 넘어지고 일어나고 하다보니 저 아래 스키 하우스가 보이고
좀더 내려가니 스키도 벗어 버리고 절 기다리고 있는
초초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앗! 남편이랑 온거지?!!!
너무 저의 생사에만 집착하고 있다보니
남편이 있었던 것도 까먹었습니다.
그런데 갑짜기 드는 당황스러운 기분.
마치 바람피다 걸린 여자같은...
아래로 내려오자 마자 절 도와준 남자에게
"저기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하고
너무 너무 당황스럽게 헤어져 남편에게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단 인사를 했는지 않했는지 ...^^;
기억이 없습니다.
그 해, 그 스키장 이후로 10년 동안 스키를 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작은 아이땜에 어쩔수 없이 스키장을 다니지만
저는 매해 초보 스키어입니다.
초보가 타는 작은 동산 "버니 힐"이 제겐 딱 어울리는 곳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것 같습니다.
힘찬 한주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