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치우겠다는 의지가 생긴 지도 어언 며칠이 지났다. 며칠이란 이야기에 마치 방청소를 미루고 있을 것 같지만 엄청 느릿느릿, 정말로 치우고 있다! 오늘의 목표는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는 것이다. 그래놓고 또 침대에 엎드려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TV를 틀어놓고 방을 치우는데 (그래서 더 느릿느릿 치운다) 여기저기서 스페인어가 들린다. BBC에서는 카리브해와 중남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더니 TVN 에서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윤식당2> 를 재방송하고 있는 것이다.
책상 위를 정리하는데 파라카스섬 행 버스티켓과 마추픽추 입장권이 나왔다. 무려 4년 전의 흔적이 아직도 책상 위에 있는 것은 둘째치고, 그때는 뭐라고 써있는 지도 몰랐던 종이 쪼가리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신기했다.
남미를 여행하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는 스페인어를 흉내만 낼 뿐이었는데, 지금 그곳을 다시 가면 훨씬 새롭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나라의 언어를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은, 구경이 아니라 경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