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라 편지처럼 글을 씁니다.
설악산에도, 북해도에도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비내리는 설악산을 오르는 일은 설레고 상쾌한 경험이었습니다. 미끄러운 바위 길에 똑바로 정신차리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기에 적당히 긴장을 한다고 했는데, 찰나에 미끄러 넘어지면서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놀라서 아픈 줄도 몰랐는데 오른쪽 정강이가 바위에 긁혀 피가 나고 멍이 들었더군요. 덕분에 며칠 뒤 북해도 온천에서 보라색 종아리를 드러내며 시선강탈을 좀 했습니다.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산에 올랐는데 정상을 밟은 건 저 혼자였다는 쓸쓸한 소식을 전합니다.
이틀 뒤엔 큰이모, 이모부 내외를 모시고 북해도에 갔습니다. 북해도의 같은 지역만 벌써 세번째인 데다가 지난번 영국인들 통역과 가이드를 힘들게 했던 기억에 이번 여행이 전혀 기대되지 않았습니다 :D 자칭 여행체질이라며 자유여행을 고집하신 이모는 아니나 다를까 5분이상 걷지 못하셨습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른 이모부와 매일 다투시는 바람에 (사실 이모의 일방적인 짜증과 잔소리)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꽃보다 할배> 의 백일섭, 이순재와 동행한 느낌이랄까요. 이서진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
그저께 일본에서 돌아와서 하루 종일 뻗었다가 오늘은 엄마를 모시고 압구정에 다녀왔습니다. 엄마 예전 직장동료 모임인데 70~80년대에 이미 인텔리셨던 분들이라 저조차 대화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저희 엄마가 그 대화에 끼실 리 만무하지요. 바로 옆에 엄마가 앉아 계시는데도 엄마가 다 알아 들으시니?, 나중에 네가 엄마한테 잘 설명해드려라. 하십니다. 엄마를 모시고 돌아오는 길, 5분 이상 걷지 못해도 혼자 거동하실 수 있는 이모와 다니던 때가 참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뻗었다가 아빠의 저녁먹자는 소리에 일어나 부은 눈으로 저녁상을 차렸지요. 어제 쓴 글이예요.
이제 막 돌아왔는데,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
....혼자서요. 나의 시간을 나의 마음껏 쓰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