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 정도는 일상도 회복할 겸, 글을 쓰기 보다는 읽으려고 했다가 뜻밖에, 그리고 감사하게도 슈퍼 뉴비 K! 에 선정되는 바람에 동기부여와 책임감을 느껴 바로 브라질 여행기를 쓰고, 또 하루종일 댓글에 답장을 하고 나니(기쁜 마음으로!) 그제서야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시간이 났습니다.
아직도 조금 닫혀 있어서 그런지, New 카테고리나 Feed 까지는 자주 못 나가고 주로 저를 방문해주신 분들 구경을 하러 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분들의 글을 제가 한자 한자 곱씹으며 읽고 있는 거예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사람이 하기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사실 제가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보다는,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글은 제게 읽는 대상이 아니라, 제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 보고, 감정을 풀기 위한 수단이었답니다. 남에게는 관심이 없다보니, 남의 글을 왜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책 읽는 기쁨을 느낀 적도 있어요. 특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온 뒤 일상의 침전물이 가라앉았을 때,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고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 좋더라구요. 우와, 내가 이제와서 책을 읽네? 하고 되게 뿌듯해 했는데 오래가지 않았던 것은, 역시나 더이상 ‘안 궁금’ 한 탓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열심히 남의 글을 읽어 내려가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사실 지금보다 더 뉴비였을 땐 중요한 것만 발췌하며 후다닥 읽은 적이 많아요. 읽어야할 글은 계속 올라 오고, 읽을 시간은 부족한 까닭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더 적은 글을 읽을 지언정, 한 문장도 두 세번 읽어보며 글쓴이의 마음과 내용을 좀 더 헤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사람을 알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 위해서.
제 관심분야나 필력이 좋은 분들의 글은 틈틈히 방문해 읽고 있지만 어렵고 생소한 분야에 관한 글을 열심히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하면, 기특하다고 해야하나. 낯설어서 우습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게 작은 창문이 하나씩 열리면서 제가 살던 성 안에 빛이 들어오고 있는 기분이예요. 그 전에는 제 전용 출구만 있었다고 하면, 요즘엔 성문 앞에 다리도 놓고, 냉장고도 채워 넣고 분주하네요.
스팀잇을 한 이후 제 일상이 흐트러진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 배우는 것이 있어요. 1년 가까이 한국어를 안 쓰다 갑자기 쓰려니 어휘 생각이 안나 답답해,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요. 모른다, 관심없다 생각한 것들에 조금씩 눈길이 가기 시작하고요. 스팀잇과 여러분이 제게 글 쓰는 재미뿐 아니라, 글 읽는 재미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해 안가는 글을 열심히 읽고 있는 제 모습이 우스워 그새를 못참고 조잘대고 있네요. 저는 다시 바깥 구경을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스팀잇, 이제 겨우 한달 반. 한 달 뒤, 그리고 그 한달 뒤에는 또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