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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치운다는 글을 올리고 아차 싶었다. 일단 내 방이 지저분하다는 것이 들통이 났고, 그간 고민과 시간을 열심히 눌러 써온 글 사이에 그 글만큼은 참을 수 없이 가벼워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같은 애가 보상거절을 사용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보상거절을 하니 ‘글’ 스위치 대신 ‘말’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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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 과 ‘글’ 은 간극이 크다. 그래서 ‘말’ 로 만난 사람과 ‘글’ 로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나의 방식도 다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나만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글을 지인들에게 보이는 것이 어렵고, 글로 만난 이들을 실제로 만나는 것도 어렵다.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까봐서도 그렇고, 내 스스로도 어느 스위치를 켜야할 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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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침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엄마의 사고를 겪으며 이미 한 번 꺾인 성격은 최근 더욱 침착해졌다. 도를 닦으러 간 것은 아니었는데, 아르헨티나에 있는 동안 마음의 평화를 얻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곳에서 섬을 만들어 살았으니까. 아무 것도 필요없었다. 조용한 기다림, 그리고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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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곳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매번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던 남미의 느려터짐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의 이야기, 나의 움직임, 나의 모든 것을 기꺼이 기다려 주었던 사람이 거기 있었다. 결국 나는, 타인은 물론이고 내 자신도 기다려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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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한국에 왔더니 아무도 그 누구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고 상대방의 속마음을 지레짐작했으며 서두르고 재촉하고 그 새 벌써 불만을 터뜨렸다. 차분하고 느긋해진 성격은 이 정글 속에서 한달도 채 가지 못했다. 그만 좀 채근하라고 짜증을 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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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아르헨티나는 어땠냐고 하는 것을 마음만은 만수무강 이었 다고 대답했다. ‘지상낙원’ 이나 ‘무릉도원’ 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한국어 서툰 척은 언제까지 해야하는 걸까. 다행히 글을 쓸 땐 늘 사전을 켜두고 몇 번이나 검토를 한다. 아, 이래서 더 오래 걸리는 거구나. 그 밖에도 나를 보면 꼭 물어오는 것들은 한국에 언제까지 있느냐, 앞으로 뭐할거냐 등이다. 모른다는 대답을 한참이나 하고 있자니 무력함을 느껴 다수결로 정하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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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뭐하지. 스팀잇으로 생활비는 벌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지껏 스달을 꺼내 써본 적이 없다. 스달 한개에 US $15 를 웃도는 중에도 내가 모은 스달을 그림의 떡처럼 보고만 있었다. 돈이 급하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때는 아르헨티나에 있었으니까. 그러다 스달 가격은 하염없이 내려갔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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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계속 스팀잇을 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무지와 욕심은 접어 두더라도, 글을 쓰는 것과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것은 여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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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는 속도가 느려진 지금의 스팀잇이 좋기도 하다. 눈 깜빡하면 글이 쏟아지고 글 보상에 눈이 휘둥그래지던 때엔 스팀잇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힘에 부쳤다. 그때는 질질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스팀잇은 나를 기다려주는 것 같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천천히 쓰고,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천천히 읽어도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활기 넘치는 편이 훨씬 낫겠지. 나 역시 이제는 이 곳에 쓰던 시간을 취업준비에 적극 써야함을 깨닫는다. 아무래도 잔고가 비어있는 상태에선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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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순례길을 걷기는 다들 힘드실 것 같아서 일기를 썼다. 쓰고나니 일기가 아니라 그냥 이런 저런 단상이다. 고백같기도 하고. 요즘 번호 붙여 글 쓰는 게 유행이라던데, 나도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까봐 번호 쓰기를 관두려다 어휴, 가지가지 한다. 라는 육성이 터져나와 깜짝 놀랐다. 하던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