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지리산에서 80Km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두 차례나 이동했다. 잡혀서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지만 또 다시 수도산으로 향하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새벽의 통영대전간 고속도로는 한가하다. 4차선 고속도로를 지난 두 번은 잘 통과했다. 이번엔 여의치 않았다. 왼쪽 어깨부터 상완골 전체의 복합골절. 12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이제 재활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다음에는 다시 야생적응과정을 거쳐야 하고. 성공하면 다시 지리산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왜 그는 그렇게 먼 거리를 세 번이나 가야했을까? 네 살인 KM-53은 이제 짝짓기를 할 수 있는 나이에 들어왔다. 다만 짝짓기를 하기 위해선 먼저 자기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자기 영역이 없는 수컷은 번식할 수 없다. 그래서 곰들은 길을 떠난다. 이를 분산이라 한다. 먹고 살 길이 생기고 안정돼야 결혼을 택하는 것은 사람이나 곰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곰에게 짝짓기는 바로 번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KM-53은 자기의 영역을 만들려고 먼 길을 떠났다. 사고의 위험도 무릅썼다.
그런데 안타깝다. 수도산에 정착한다고 그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그곳엔 암컷 곰은 없다. 영역만 확보하면 근방에서 배우자는 쉽게 구하리라 판단하고 그는 움직였으리라. 배우자가 될 곰이 그곳엔 없으리란 당연한 현실을 그는 모른다. 수도산에는 지리산만큼이나 도토리가 충분할까? 가야산에서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넓다란 산자락에 위치한 산이니 아마도 그럴지 모르겠다. 높이도 1300m가 넘는 산이니 은신처도 있으리라. 하지만 도토리와 은신처가 있다고 해도 그곳엔 배우자가 없다.
왠지 처연하다. 사랑을 위해 열심히 살아내지만, 노력이 사랑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노력이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노력하기에 오히려 사랑을 구할 수 없다. 이제 마취에서 깨어나 회복의 길로 들어서고 있을 KM-53. 건강하게 회복하길 기원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선 아프지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