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두고, 사람들은 두가지 중에 선택을 합니다. 플라스틱이나 중금속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먹지 않거나, 맛있으니까 먹는다면서 그냥 먹는거죠. 저희는 이 두가지를 고민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플라스틱이나 중금속이 없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맛있는 생선을 개발하는 것 말입니다."
생선 스테이크(자료사진) @픽셀스
무분별한 가축 사육 없이 소고기를 생산하겠다는 많은 육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이어,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를 위해 고기잡이 없이도 생선을 생산하겠다는 회사도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핀레스 푸드다.
마이클 셀든 핀레스 푸드 창업자는 "인공적인 생선, 채식주의자용 생선이 아닌 진짜 신선한 생선을 바다에 나가지 않고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핀레스 푸드
실험실 생선의 탄생
셀든 창업자는 답을 '세포'에서 찾았다. 핀레스 푸드는 생선에서 추출한 세포를 활용해 생선을 만들어낸다. 생화학과 분자 생물학을 전공한 셀든 창업자는 미국의 더피쉬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생화학자로서 생선에 대해 생각하면 세가지 세포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어 필레(자료사진) @픽사베이
그가 말하는 첫번째 세포 타입은 근육이다. 근육은 단백질을 공급한다. 두번째는 지방세포다. 생선의 맛을 좌우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는 결합조직이다. 이 부분은 씹는 질감을 결정한다. 셀든 창업자는 "아주 기초적인 곳으로 돌아가 세포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레스 푸드
핀레스 푸드가 생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고품질의 생선 세포를 추출한다. 세포를 배양한 후 영양소가 풍부해지도록 세포를 성장시킨다. 식품 공장에서 세포 수를 대량으로 늘리고 나면 구조화된 세포를 생선살이나 생선 스테이크 모양으로 만든다. 이렇게 생산된 '실험실 생선'을 레스토랑이나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한다는 것이 이들의 아이디어다.
@핀레스 푸드
첫 시제품은 작년 9월 공개됐다. 모양은 생선살을 뭉친 크로켓 형태로 나왔다. 셀든 창업자는 "최초의 '클린-피쉬'를 생산한 것"이라며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신선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생선을 먹을 수 있게하는 첫 발자국을 뗐다"고 말했다.
@핀레스 푸드
핀레스 푸드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만든 생선에는 6가지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생선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잡이 어선을 운용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으며, 유통 단계도 줄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도 좋다. 플라스틱이나 중금속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비싼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역 특산물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기잡이가 지구를 죽이고 있다.
셀든 창업자는 매사추세츠-애머스트 대학에서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후 마운틴 시나이 메디컬 스쿨에 다니고 있었다. 그의 연구 과제는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해결과 동남아시아의 해양생태계 보존 등에 걸쳐있었다.
같은 과 출신이며, 웨일 코넬 메디컬 스쿨에 다니던 브라이언 와이어스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하던 중 '연구실에서 생선을 만드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셀든 창업자는 "엄청 취한 상태로 '우리는 이걸 꼭 해야만해!'라고 소리쳤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동부에 있는 의대를 떠나 서부로 향했다. 바이오 분야의 창업 보육기관인 인디바이오에 등록했다. 인디바이오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육류를 생산하는 '멤피스 미트'가 처음 시작했던 기관이기도 하다. 셀든 창업자는 "잠깐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디바이오에서 라이언 베텐코트를 만나 세포 배양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2017년 창업했다.
@위키미디어
이들이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에 관심을 둔 것은 '어획이 지구를 죽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디엄(medium)'에 기고한 글에서 셀든 창업자는 "우리의 바다 생태계 시스템은 늘어나는 생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썼다.
오메가3와 오메가6, DHA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지구에서 가장 건강한 식품'으로 꼽히는 생선이지만, 늘어나는 고기잡이가 원치 않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핀레스 푸드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의 어장 중 53%는 어획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생선을 잡고 있고, 23%는 불법으로 그보다 많이 잡았거나 고갈된 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합치면 거의 90%에 달하는 어장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핀레스 푸드
"우리는 지금 50년 전보다 두 배 많은 생선을 먹고 있고, 2030년에는 지금 먹는 것보다 두 배 더 많은 생선을 먹게 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이 생선을 '덜 건강한 음식'으로 만들게 됩니다. 우리가 원치 않는 일이죠."
이걸 생선이라고 불러도 될까?
핀레스 푸드는 인디바이오를 떠난 후 세계 최초의 바다 관련 창업보육기관인 해치의 투자를 받아 연구를 이어갔다. 지난 6월에는 초기 자금 투자(seed-money rounding)를 받았다. 미국의 전문 벤처투자가인 팀 드레이퍼 회장이 설립한 드레이퍼 어소시에이츠를 비롯해 소프트매터 VC, 블루 호라이즌, 야쿠미 인베스트먼트 등이 35만달러(약 3억8000만원)를 투자했다.
@핀레스 푸드
셀든 창업자는 "투자금으로는 초기 기술개발(R&D) 단계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공개할 첫 제품은 참치(bluefin tuna)가 될 전망이다. 참치는 남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생선 중 하나다. 2019년 말까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목표다.
아직 한가지 장애물이 있다. 바로 규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최근 청문회를 통해 동물 없이 생산된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정리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셀든 창업자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저질러보자는 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우리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핀레스 푸드
하지만 그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얼음을 호수에서 잘라 팔다가 냉장고가 발명된 20세기 초를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다.
"냉장고에서 얼린 얼음을 판다고 해서, '인공적인 얼음',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얼음'이라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습니다. 최종소비자 입장에서는 호수에서 잘라 팔든, 냉장고에서 얼리든 음료를 차게한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죠. 맛과 냄새, 영양적인 가치가 동일한 생선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잡는 방식 등) 그 외의 부분에서 아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