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써보는 글 #1] 꿈도 없던 내게 한국식 교육이란

sonhaneul(45)
Published in
#kr
Words
588
Reading
3 min
Listen
Play
9y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싱가폴에서 유학하는 18살 학생입니다.
저는 스팀잇에 막 가입해 이것 저것 둘러보고 싱가폴 일상이나 최근에 여행갔던 베트남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데, 스팀잇은 생각보다 다채롭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분위기인거 같아 가끔씩 들어와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책을 읽는 것보단 글을 쓰는걸 좋아하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매일마다 일기를 쓰는건 포기하고 가끔씩 떠오르는 옛날 생각이나 경험을 적을 것 같아요. 스팀잇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보다 글솜씨도 인생 경험도 적지만 그냥 노트에 적어내려가는 것처럼 써볼테니 양해 부탁드려요!

20170101_000724.jpg

초등학교, 중학교 때만 해도 비교적 서울에 가깝지만 별로 특별할 것도 없던 도시에 살던 저는 시골 아이들이 노는 것처럼 학교끝나고 놀이터에서 해가 지기 전까지 친구들과 놀곤 했습니다. 기억이 날랑말랑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아버지의 기본 퇴근 시간은 밤 9시 이후였고, 어머니도 초등학교 2학년쯤 막 사업을 시작하셨기에 늦게 오시는 날이 다반사였습니다. 작은 도시의 특성 상 한두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였지만 부모님께선 엄청 바쁘셨기에 지역 커뮤니티에 자주 참여하지 못했었고, 저녁 챙겨주시기에도 빠듯했기에 그나마 아는 친구 부모님께 부탁해서 자주 저녁 밥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외동이였지만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사이클의 변화 없이 늘 집에 늦게 들어오시는 부모님 덕분에 얻은 것이 있더라면 독립심이였지만 저를 제외한 친구들의 부모님들끼리 뭉쳐서 '우리 애 수영도 시키고 중국어도 시키고' 하는 일명 열혈 부모님 무리에 끼지 못했던게 아쉽기도 합니다.

어떤 영향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께선 제가 게임을 하든 밖에서 놀든 자유롭게 냅두자는 주의였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목적 없이 중학교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애들처럼 시험 90점을 넘기면 핸드폰을 사준다던지 등의 보상도 없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었던 듯, 한 번 시험을 잘 보기 시작하니 느껴지는 상승된 기대치가 절 계속 한국식 교육에 적응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 암기식으로 공부해서 중학교 때 소위 '공부좀 잘하는 애들' 축에 낀 후부터는 자신의 장래희망은 뚜렷한데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약간씩 깔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은 시험 기간이 언젠지도 잘 모르지만 아들이 시험을 잘 봤으니 일단 축하해주는 계속된 사이클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뚜렷히 생각하지 않게 된 계기인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라는 목표는 불사하고 어떤 고등학교를 갈지도 정하지 않았던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외국에 다녀오느라 결석된 출석 때문에 아깝게 자사고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약간 낮은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공부는 약간 못하지만 성격 좋고, 착하고, 수의사가 되고 싶어하던 친구가 진심으로 부럽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목표 없이 시험만 잘보자는 식의 공부를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까지 지속하다가 어머니가 어디선가 정보를 들으셔서 싱가폴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딱히 현재 공부에도 불만은 없지만 뚜렷한 목표도 없던 터라 마음을 다잡고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싱가폴에서 다니게 될 학교는 주로 경영을 가르치는, 일명 문과 대학이였는데, 갑자기 고등학교 2, 3학년을 패스하고 대학교 문턱에 서게된 저는 무조건적으로 예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 갔습니다. 수도 많은 책들중에 경영, 경제학 코너로 반경을 간추렸지만 그래도 무엇을 읽어야할지 몰라서 아무런 책들을 대출해 읽었습니다. 처음엔 제 수준에 맞지 않은 대학 전문 서적을 빌려왔다가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어서 바로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몇몇 재밌는 책들을 읽게 되었고, 제가 이 경영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현재는 싱가폴에 온지 6개월밖에 안되었지만 초등학교때부터 길러온 강인한 독립심을 바탕으로 혼자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회계, 미시경제학을 배우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분야를 파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만족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연락하는 한국 친구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자퇴하고 19개월이 지난 지금, 만약 한국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변화 없이 수능이라는 목표를 보며 공부했을 나는 어땠을까.

지진때매 수능이 1주일 연기된 지금, 수능이라는 키워드가 올라오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읽어보면 한국식 교육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됬다고 보여졌을 수도 있겠지만, 순전히 제 생각과 경험이였음을 강조합니다. 저는 지금도 생각하지만, 진짜 내가 왜 그렇게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는지도 모를만큼 아무런 목적 없이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 저였기에 자퇴를 하고 진짜 저의 길을 찾게 된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작년의 저와는 다르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수능을 보시는 수험생들과 내년, 내후년이면 수능을 보게될 고1, 고2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p.s 시험이 일주일 남았는데 공부하다 마음을 좀 비우고 싶어 새벽에 글을 쓰다보니 너무 정리가 안된 느낌이 있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막 써보는 글 #1] 꿈도 없던 내게 한국식 교육이란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