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God

songyi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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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9년 1월 1일. 난 아직 미국에 있다. 황소자리 J와의 첫데이트는 황홀했다. 사진과 다르면 영상통화에서 보던 그 모습과 다르면 어떡할까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그가 고른 브런치 카페 테이블에 앉아서 입구로 그가 들어오는 모습을 봤는데 그는 사진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정말 그가 내 앞에서 움직이는게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고 싶은데 눈이 마주치니까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넌 낯을 가리니? 왜 얼굴이 빨개져?'

J가 짖굳게 물었다. 그냥 너가 앞에 있는게 믿기지 않아라고 대답을 하면서 그의 얼굴을 봤는데 그의 얼굴도 빨개졌다. 태연한 척을 하면서 나에게 메뉴를 보라고 챙겨주는 그의 모습은 자상했다.

내가 가고싶다던 LA County Museum of Arts에 같이 가주고 마시고 싶은 버블티도 마시러 가주고 LA 한인타운에 본점이 있는 북창동 순두부집에도 같이 갔다. 그는 계속 날 웃겨줬고 남자답게 빨리 먹다가도 마지막 남은 LA갈비를 내 그릇에 얹여주면서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자상했던 그가...변했다.

Rich Loser. 내 자초지종을 듣던 친구가 J는 부잣집 망나니자식이란다.

그는 마세라티를 몰고 포르쉐도 가지고 있으면서 주차비가 비싸다고 하는 전형적인 짠돌이 대만계 부자이다. 라스베가스에 놀러간 내가 그에게서 연락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친척들이 모여서 잔치를 벌이던 중에 대마초가 들은 브라우니를 먹고 취해서 잠이 들었단다.

내가 첫데이트 때 일본에서 준비해간 작은 선물을 줬는데 내가 라스베가스에서 돌아오면 자기도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두번째 데이트 때 선물 어떤거야? 하고 물어보니까 차 뒷자석에 굴러다니는 옷걸이를 나한테 건내주면서 이건 마법의 옷걸이야. 무슨 옷이든 쫙쫙 펴지지라는 말도 안되는 개그를 쳤다. 농담하지마라고 했는데 정말 그는 선물 따윈 준비하지 않았었다.

남은 여행기간을 그와 같은 주택가에 살고 있는 내 친구집에서 지내게 됐지만 그의 동네에서 그를 볼 수 있었던 횟수는 단 한번. 그는 동경에 있던 내게 이런 저런 곳에 데려가 주겠다고 했었으나 거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넌 정말 그걸 곧이곧대로 들었냐고 핀잔을 줬다.

2018년과 2019년 사이의 내 마음은 멍투성이고 지금도 그렇다.

J가 어떤 존재였나? 내가 직장에서 쓰레기같은 일이 있었을 때 다독여 주고 거의 매일같이 문자를 알콩달콩 주고받으며 신뢰를 키웠었는데. 본래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던건가...

난 모레면 미국을 떠나는데 그는 날 마지막에 보자고 하지도 않고 가족모임 때문에 바쁘다고 문자도 거의 하루종일 읽지 않는다.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가 생각해 봤지만 첫데이트 때 넌 완벽해 이런 칭찬을 하던 놈이....

하나님은 너무 가혹하시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떠나기 전에 그의 얼굴을 한번 더 보고 싶다. 친구들은 그럴 가치조차 없는 나쁜 놈이라고 하지만 난 믿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