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Christopher Robin이라는 영화를 봤다. 곰돌이 푸의 친구 Christopher Robin. 그는 어른이 되어서 여유없이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잊고 있었던 푸를 만나게 되는데, 푸가 숲속의 친구들이 없어졌다고 Christopher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Christopher는 바뻤지만, 할 수 없이 푸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제일 처음 찾은 숲속의 친구는 당나귀 Eeyore이었다. Eeyore은 강에서 떠내려가고 있었는데 Christopher Robin이 너 지금 뭐하냐고, 수영 좀 해 보라고 했는데, I'm just going with the flow라고 말했다. J가 우리 관계가 뭐냐고 물었을 때 한 말. 그 말이 내 가슴속에 울려퍼졌다.
친구들은 그건 관계를 분명하게 하고싶지 않은 루저같은 놈이 하는 소리라고 했는데, 나도 그 말이 싫었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그 말을 100퍼센트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영화는 정말 나에게 큰 힐링을 안겨주었고, 그 중에서 푸가 Christopher Robin에게 한 말이 너무 좋았다.
"Sometimes, doing nothing often leads to the very best of something."
난 지금 블로그 글을 쓰고 있지만 오늘 일을 안하고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했다. 요리도 힘들게 안하고 Ubereats와 외식을 하고 있다. 쫓기는 삶을 계속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
귀국하고 나서 매일 아침 슬픈 생각이 나지도 않는데 눈물부터 주루륵 흘러서 이런, 우울증이 도졌다, 하고 좀 패닉을 했지만 곰돌이 푸 영화를 떠올리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를 이용을 하면서 다시 마음을 새로 먹기로 했다. 상담사는 감정을 누르지 말고 J에게 하고 싶은 말도 그냥 문자로 보내버리고, 일 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난 오후내내 땡땡이를 쳤고, J에게도 메세지를 보냈다.
안녕 J? 일본에 잘 도착했어. 너가 나와 정반대인 사람인 것을 보여줘서 고마웠어. 솔직히 나도 대마초 브라우니 먹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고, 너 같이 세상이 모두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살고 싶어졌어. (비꼬는거 아니야, 정말로)
힐링 받고 싶어서 비행기 안에서 곰돌이 푸 영화를 봤어. 거기 당나귀가 너가 한 말이랑 똑같이 just go with the flow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냥 막 살고 있어. 일도 안하고 정크푸드 먹고 곰돌이 푸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 그러니까 진짜 좋더라! 나도 너처럼 크레이지하고 때론 잔인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고 싶어.
J가 이런 메세지를 받고 무슨 생각을 할지 전.혀. 알바 아니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 배려하지 않고, J처럼 자유분방하고 내 멋대로 살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