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일이 남았다. J와 계속 대화는 하고 있는데, 기분은 꿀꿀하다. 뇌는 녹아가고 있고 내 안의 enthusiasm, hope, love같은 건 없어지고 있다.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믿음이 별로 없다. 직장에서 좋은 일도 없었는데 미국에 가서 J를 만났을 때 내가 실망하거나 그가 나에게 실망하면 정말 슬플 것 같아서 지금부터 미리 기분이 꿀꿀한 듯 하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미쳤나 왜 데이팅 앱의 장소를 LA로 바꿨지? 아니 미국에서 만나는 남자랑 뭐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라도 빠진다고 생각한거냐고...주위에서 이번에는 괜찮을거야라고 말해주지만 난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래도 2달이나 나랑 말해준 남자한테 최소한 예의를 갖추려고 최대한 이쁘게 하고 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데이트 때 입을 옷도 미리 입어보고, 귀걸이도 해 봤다. 살을 좀 빼야될 것 같아서 어제부터 저녁에 탄수화물을 안 먹기로 했다.
好不容易 가까스로, 겨우, 간신히라는 중국말. J가 아니라도 대만이나 중국계 미국인과 결혼할거라는 굳은 결심에 열심히 중국어 노래를 들으며 나름 공부해 왔다. 好不容易는 자이언티와 크러쉬와도 콜라보를 한 Khalil Fong이라는 가수의 대표곡 중에 하나다. 이젠 중국어 키보드까지 깔아서 Pin Yin으로 타이핑도 할 수 있다. 난 정말 왜 이렇게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일까.
거기에다가 Netflix에서 대만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굉장히 몰입했다. 이유인즉 여자주인공이 대만에 살다가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대만계 미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근데 알고보니 그 남자는 결혼을 3번이나 했고 딸까지 있다. 저번 에피소드에서는 그 남자가 아직 3번째 부인과 이혼을 안한 사실을 고백했다.
"J, 우리 말할 때 처음에 물어본 것 같은데 다시 물어볼게. 너 결혼 한 적 있어? 너 정말 독신이야?"
"응, 결혼한 적 없어! 독신 맞아!"
"아 그래..미안, 내가 Netflix에서 대만드라마를 보는데 몰입이 되서 말이지."
"드라마? 하하하 Here we go."
"놀리지마! 나 드라마 보는거 좋아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야."
"알아. 근데 거기 여자주인공이 너같은 대만계 미국인이랑 사랑에 빠졌는데 그 남자가 결혼 3번까지 하고 딸까지 있는 남자였지 뭐야."
"헐, 그래도 뭐 여자주인공 만났을 때는 기혼자가 아니었던거라도 다행이네."
"그게 말이지 12화에서 그 놈이 이혼 아직 안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
"뭐야 그게 LOL"
J...정말 당신이 내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도, 이번 해에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 제일 노멀하고 착한 사람이라면 (이 허들은 정말 왠만하면 거뜬히 넘을 수 있어...난 정말 이상한 놈들만 만나왔거든?) 난 그것만으로도 기쁠거야. 하지만 당신이 정말 내 운명의 상대라면 2018년도, 아니 고난과 역경 뿐이라고 생각했던 내 인생에서 일어난 기적이 될거야. 그리고 내가 당신의 얼굴을 마주보고 중국어로 말해줄게.
我好不容易遇到了你
가까스로 널 만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