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리 vs IT 대기업 알바생" 어디가 더 좋을까?

solnamu(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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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 반대인가?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되라 였었나? 어쨌든 스타트업에서 리더로 일하는 것은 뱀의 머리에, 대기업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용의 꼬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난 A라는 스타트업에 첫번째 직원으로 입사했었다. 좋게 말하면 넘버 투 이다.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IT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도 일했었다. 이 두 곳에서의 직장생활은 아주 다른 경험을 남겨주었다. 오늘은 그 차이점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단순히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장단점을 비교한다기 보다는 스타트업에서 대리로 일했던 것과 대기업에서 알바생으로 일했던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우선 스타트업에서의 일은 시작, 그러니까 입사부터 특이했다. 특별히 채용공고가 났던 것이 아닌데, 대표님을 직접 찾아가서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따로 면접이나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통과해서 일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대리의 월급 vs 대기업 알바생의 월급

아! 가장 중요한 월급부터 비교해보자면 스타트업의 첫월급은 120만원 이었다. 물론 매년 인상되서 마지막에는 180만원이었다. 그리고 대기업 알바의 월급은 140만원 이었고, 해가 지났을 때 최저임금을 7000원으로 인상해서 약 8만원 가량 오른 148만원을 받았다. 대기업에서는 정직원이 받는 보험혜택과 출산장려금, 출산휴가 등을 동일하게 제공받았다. 알바기간중에 아내가 출산을 해서 출산장려금 50만원을 받았고, 출산 병원입원비도 보험혜택을 받았다.

그러니까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대기업이 확연히 좋다. 각종 복지혜택까지 합친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스타트업에서의 일

스타트업에서는 입사한 첫 날 바로 파트너 회사에 가서 프로젝트 회의에 참여했었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다. 기본적인 업무처리 방식은 인수인계를 받았고, 새로운 전자책 사업을 하기 위한 교육을 스스로 배워야 했다. 대표님과 나 단 둘이었기에 대표님이 미팅을 나가면 혼자 사무실에 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일을 찾아서 해야 했고, 야근하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입사하자마자 맡게된 프로젝트에 전폭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

첫 프로젝트는 "리더를 읽다"라는 프로젝트 였는데, 유명한 사람들을 섭외하고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무료 전자책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심지어 매주 발행되는 프로젝트였다. 그렇기에 매주 1명을 섭외하고 인터뷰하고(일정을 잡고) 전자책도 제작해야 했다. 섭외부터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연락처 정보도 찾기 어려운 유명한 기업의 CEO들을 섭외하기 위해서 사설 탐정처럼 정보를 검색하고, 섭외를 부탁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고,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일이 수없이 반복 되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원고를 쓸 작가를 모집하고 뽑고, 관리하는 일도 했다. 이력서를 받고, 원고를 독촉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해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을 보는 일도 했었다. 청년인턴 지원금이라는 정부지원사업도 직접 찾아서 지원하고 선정되었다.

새로운 전자책 사업이 시작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자책을 제작하는 방법을 책과 인터넷으로 독학하고 바로 사업에 투입되었다. 그러니까 방법을 아는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된 것이 아니라 사업 시작과 동시에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한 것이다.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해야 한다.



"뭘 해야 되지?" 멍 때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하지만 쓸데없는 야근과 회식은 제로였다. 대신 99% 자유로운 근무가 가능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장소에서 할 수 있다. 오전에 미팅이 끝나고 오후에 영화를 본다든지, 제주도에서 재택근무를 한다든지 모두 가능했다. 하지만 100%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최종 결정권자는 대표님이니까. 업무를 진행하다가도 최종결정에서 바뀌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기업에서의 일

대기업에서의 알바는 첫째날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회사에 대한 소개, 업무에 대한 설명 등으로 별다른 일을 바로 시작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하게된 일도 콘텐츠 검수에 대한 단순 반복 작업이었다. 정직원이 최종 검수를 하기 전 단계에 스팸 콘텐츠를 걸러주는 역할이었다. 하루에 처리해야 될 양은 굉장히 많았지만 크게 푸쉬를 받진 않았다. 이후에 업무가 익숙해지자 그 많은 양의 일도 오전이면 다 끝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추가적인 업무가 더 많이 부여되지 않았다.

그리고 업무환경도 굉장히 자유로워서 누군가 눈치를 주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었고, 새로운 프로젝트의 성장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스스로 다른 일을 할 권한이 없었다.



일을 빨리 끝내고 추가로 더 많은 일을 해야하는 책임도 없었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권한도 없었다.

첫 계약기간인 2개월의 근무가 지나고 연장계약 때는 재택근무가 허용되고(이건 특이 케이스였다.) 콘텐츠 검수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그리고 알바가 끝나고 정직원으로 추천을 받아서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결국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그래서 스타트업? 대기업? 어디가 더 좋을까?

난 스타트업에서의 경험도 대기업에서의 경험도 모두 좋았다. 스타트업에서 계속 성장하고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되고 계속 일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라고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스타트업은 망해서 직원이 모두 정리해고 되었고, 대기업에서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스타트업에서는 자유와 책임, 권한이 모두 있어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좋고


대기업에서는 어느정도 제한적인 책임과 권한이 있고 수많은 협의를 거쳐서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에

협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이렇게 단순히 요약되진 않을테다.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있고, 그 중에는 자유와 권한이 없는 곳도 있을테고, 대기업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화가 있으니까. (내가 다닌 곳은 IT 기업이라서 일반적인 고정관념 속의 대기업이라고 칭하기에는 아이러니하고 스타트업 문화에 더 가까운 기업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면 결국 최종 결정권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 배로 비유하자면 스타트업은 작은 요트에 선원으로 탑승한 것이고, 대기업은 커다란 크루즈에 선원으로 탑승한 것이다. 배가 가는 방향은 선장이 결정하고, 선원은 그에 따라 노를 저을 뿐이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선원이 조타실에서 배를 조종할 수는 없다. 배가 가고 멈추는 것도 선원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선장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스타트업? 대기업? 난 나만의 항해를 시작할래!

나는 작은 요트도 타보고, 큰 크루즈에도 타보고 나서...아니 그 두 배에서 모두 내려야 되는 경험을 하고 나서 아주 작은 뗏목이라도 내가 직접 출항을 결정할 수 있는 배를 망망대해에 띄우기로 결정했다. 너무 작고 약해서 작은 파도에도 금방 부서질까 두렵지만 배를 출발시키는 것도 배에서 내리는 것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배의 선장이 되었다.

다음 번에는 나룻배의 선장이 된 이후에 바다를 바라보는 막막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

그리고 한없는 자유로움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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