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윤상, 김동률, 조규찬, 이승환 등이 그들인데 이들은 90년대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이들은 지금 대부분 40대에 접어들었고 일부는 50대를 훌쩍 넘어섰다.
내가 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 부러워한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 때문이다. 이런 류의 마인드는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고 사람들로부터도 인정 받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 난 그 어떤 것보다도 이것이 참 부러웠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이런 것을 하나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난 오래 전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작가로서 나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이 꿈을 가지게 됐을 때 난 이미 애 둘을 키우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처음부터 내 꿈은 현실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정비용을 떠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단 한 달도 미뤄질 수 없고 빠져서도 안 되는...
우선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내 꿈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아내의 반대도 심했고 내가 일하는 분야는 노동강도가 세서 글 한 자 쓰지 못하고 한 두 달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어쩌다 시간이 나도 피곤함에 졸다 쓰다를 반복하다 쓰러져 잠든 때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난 의지도 그리 강하지 못하고 투철한 정신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난 10년 가까이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글쓰는 것도 그렇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수익모델이었다. 하지만 이제 초짜에 불과한 무명작가의 글을 누가 사주겠는가? 난 수익모델을 고민했다. 내게 작가의 꿈은 현실적인 수익모델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쓰건, 소설을 쓰건 공모전에 당선된다고 하여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난 이미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어서 상당한 비용구조를 갖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남은 인생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이것이 최근 몇 년 동안 나의 머리 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던 문제였다. 그러던 중 스팀잇을 시작하게 됐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내가 본 스팀잇은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했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성취가 그렇듯 처음에는 아주 작은 가능성에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얼마간의 시범적인 포스팅 후 난 이 가능성에 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IT분야에서 십 수년간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 속에는 항상 이 질문이 따라다녔다.
"나는 고래가 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스팀잇에 좀 익숙해지고 나니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스팀잇에서는 누구나 고래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글만 써서 고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실제로 고래의 성장과정에는 대개 한 두 번의 현질이 있는 경우가 많다. 현질이야 많은 금액은 안 되겠지만 나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처음에 보팅 받았던 금액은 너무 적었다. 이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고래가 되나 싶었다.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서 올려도 보팅 받는 금액이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었다. 좀 대중적인 소재를 다루면 나을까 싶어 시도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간혹 반응이 좋은 경우가 있었지만 댓글은 많이 달려도 보팅 받는 금액은 거기서 거기였다. 고래가 되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스팀잇에서 보팅 금액이 늘어나는 원리를 깨닫게 됐다.(스팀잇은 정말이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스팀잇에는 공들여 키워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스팀파워와 팔로워, 그리고 명성이다.(나는 이 세 가지를 스팀잇의 삼각편대라 부른다.)
우선 팔로워는 약간의 수고만 하면 단기간에도 많은 숫자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부지런한 스티미언들 중에는 스팀파워와 명성은 고래에 못 미쳐도 팔로워 수 만큼은 천단위를 이미 넘어간 경우가 꽤 된다. 스팀잇에서 팔로워 수는 내 글이 노출될 영역의 넓이를 뜻한다. 노출이 많아지면 보팅을 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스팀파워와 명성은 단기간에 올릴 수 없다. 이중 명성은 보팅 받는 금액과 연동되어 있다. 스팀잇에서 콘텐츠의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보팅을 받지 못하면 명성을 올릴 수 없다. 그러면 페이아웃 시 받을 금액도 없고 스팀파워도 올리지 못한다. 그러니 이 두 가지는 하나로 엮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팀잇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면 이 삼각편대의 덩치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보팅 받는 금액도 커진다.
어릴 적 눈사람을 만들던 원리와 비슷하다. 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연탄재 하나를 주워다가 눈밭에서 굴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눈이 잘 달라붙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굴리면 눈덩이가 되고 마침내 혼자서는 굴리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 시간이 내 편이라는 복리의 원리가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스팀잇에서는 숫자에 치심하지말고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난 이 원리를 깨닫고 나서는 조급증을 버리고 글을 쓰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 삼각편대의 덩치가 조금 커지자 보팅 받는 금액도 커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난 스팀잇을 통해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난 스팀잇의 삼각편대를 계속 키울 것이고 이 세 놈은 내가 정성을 쏟은 만큼 자라날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