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분야에는 프리랜서들이 많다.
이들은 아웃소싱업체들의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다. 내가 알기로 이들은 대개 자발적으로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은 왜 정규직을 마다하고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했을까?
영화 타짜를 보신 적이 있는가? 이 영화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나온다. 바로 꾼과 호구, 그리고 설계자.. 이 영화에 의하면 도박판은 우연히 벌어지는 게 아니다.
도박판이 깔리려면 설계자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한다. 설계자가 첫번째로 하는 일은 호구가 될 사람을 물색하는 것이다. 호구가 정해지면 판을 깐다. 이때 설계자는 꾼과 함께 호구를 어떻게 털어먹을지 의논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슈..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끝내 놓는다. 판을 벌이기 이전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된다.
드디어 판이 벌어진다. 꾼과 호구, 그리고 이 판의 설계자가 판에 모여든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판의 목적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호구 뿐이라는 것이다.
프리랜서들이 일하는 프로젝트판은 도박판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대기업에서 발주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의 원청업체들을 거쳐서 나온다. 이 단계에서 프로젝트 대금은 기본으로 반토막이 난다. 이 상태에서 하청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하청이 한 번 이루어질 때마다 돈은 또 다시 반토막 난다.
이렇게 해서 깔린 프로젝트판의 호구는 누구일까? 말할 것도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들이다.
이미 반토막이 난 대금에서 하청업체 사장들이 자기몫을 챙기고 나면 이 인력들에게 돌아갈 돈은 이미 모자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 부족분은 어떻게 채워질까?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인력들을 쥐어짜고 일정을 촘촘하게 짜서 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잘못된 구조에서 기인한 이 '부족분'은 고스란히 수행인력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은 프로젝트판의 호구들이다. 이들은 살인적인 업무량과 이어지는 야근, 주말근무, 부족한 보수 등으로 이 부족분을 메운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 없다 하면서 중소기업에는 가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난 이 분의 말을 듣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뭘 몰라서 그러는거면 이해를 하겠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라면 시쳇말로 양심을 팔아먹은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일하는 분야만이 아닐 것이다. 인력들이 혹사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퇴사를 꿈꾼다. 그들 중 상당수가 프리랜서로 전향한다.
그렇지만 프리랜서의 삶은 결코 프리하지 않다. 특정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보다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불안정하다. 그래도 이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만 확실히 해주면 되고 프로젝트를 일정한 수준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혹사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버티며 일하다가 탈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버티는 삶을 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들은 잘못된 구조가 초래한 부조리를 감내할 의사가 전혀 없다. 그들은 이전 세대처럼 이것을 운명으로 알고 참지 않는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사회는 어떻게 될까?
나는 이런 구조를 뜯어고쳐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에게 '버티는 삶'을 강요하는 구조는 해체되거나 변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