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TVING tVN 나의 아저씨)
"한심하다.. 어떻게 남자 셋이 앉아 있는데 특기 있는 인간이 하나 없냐?"
동훈의 아들 숙제를 놓고 의논하는 삼형제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희가 내뱉은 한 마디다.
그러자 맏형 상훈이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할 줄 아는 게 없네... 술 말고는... 대한민국 중년남자들... 개뿔..."
난 이 대사를 듣고 가슴이 짠해져 옴을 느꼈다.
학창시절과 군대, 그리고 사회생활까지 '전진 앞으로'만을 외치며 달려온 그들의 삶은 이제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일부는 벌써 파국을 맞은 상태고...
나는 직업상 대기업의 실무자들과 일을 할 때가 많다.
그들과 몇 개월간 일을 하다보면 지나가는 얘기로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몰라요..."
대기업에 입사한 지 10년이 넘어 나이가 40대 중반에 이르렀을 때 이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수명이 다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다음을 놓고 고민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이 자영업이지만 대부분의 시장이 몇몇 대기업에 의한 독과점 상태인 한국에서 자영업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서 그들은 버티는 삶을 선택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가능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생의 명대사가 공연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게 아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정희의 술집이 참 좋다.
정희의 술집은 이러한 우리 시대의 정서가 물씬 풍겨나오는 곳이다.
상훈의 말대로 할 줄 아는 게 술 마시는 거 말고는 없는 대한민국의 중년남들이 모여 술 한 잔으로 삶의 고단함을 위로 받는 곳..
그곳이 바로 정희의 술집이다.
동훈은 매일 도살장에 끌려나가는 소와 같은 심정으로 출근길 지하철에 오른다.
그 역시 삶의 한계점에 도달해 있지만 버텨야 한다.
망가진 삼형제... 어머니가 그토록 속상해하는 형제의 몰락에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 동훈도 그렇게 전쟁터 같은 일상에서 돌아와 정희의 술집에서 술잔을 앞에 놓고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형제들의 살풀이 같은 대화...
그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요즘 하는 말로 웃프다.
웃기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픔이 느껴지는...
이들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은 이들이 루저이기 때문일까?
이 공간에서 난 안도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그래도 이 공간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