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가족과 출생의 비밀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감정과잉을 볼 때면 나타나는 거부반응이 즉각 채널을 바꾸게 만들기 때문이다.
좀 담담하게 묘사했더라면 여운이 남는 멋진 장면이 됐을 것을..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뺨을 때리며 분노에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그래도 가끔씩 수준작이 나오면 보곤 하는데 '나의 아저씨'가 그런 케이스였다. 나에겐 좋은 드라마 판별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아내의 채널 선택이다. 아내는 드라마에 대한 선구안이 있다. 아내가 2회를 넘겨 정주행하고 있다면 볼 만 한 드라마가 나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다시보기로 돈을 내면서까지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나의 아저씨'였다.
어느날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아내가 '나의 아저씨'에 푹 빠져 있었다. 나도 옆에 앉아 잠시 봤는데 인상적인 디테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이지안(아이유 분)이 집에 오면 꼭 하는 행동..
어두운 방 안에 들어온 그녀는 회사에서 훔쳐온 믹스커피 2봉을 꺼낸다. 그리고 그것을 뜯어 큰 컵에 타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그녀의 눈은 허공을 응시한다. 그녀가 거친 삶 속에서 누리는 유일한 위안은 믹스커피 2봉이었다. 그녀를 억누르는 삶의 그림자가 내 마음 속에까지 드리워지는 것 같은 이 장면..
난 이 장면을 보고 '나의 아저씨'를 정주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드라마는 캐릭터와 구성, 감정선이 성패를 결정한다. 보통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갖추고 있어도 망하지는 않는다. 이 세 가지를 다 갖춘 드라마는 1년에 1~2편 나올까 말까다. 그런데 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판단은 최종회까지 봐야 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완성도만으로도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드라마에 대한 포스팅을 몇 번 하려 한다. 캐릭터도 훌륭하지만 드라마에서 묘사된 한국사회의 모습이 가슴 속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종종 사회의 자화상 노릇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