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수 이승환을 참 좋아한다.
그는 뮤지션으로서도 탁월하지만 가사를 참 잘 쓴다. 1997년에 발매된 그의 정규앨범 Cycle에 보면 '붉은 낙타'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의 첫 부분을 옮겨보겠다.
'퍼렇게 온통 다 멍이 든
억척스런 온갖 기대와
뒤틀려진 희망들을
품고 살던 내 20대..'
감각적인 어쿠스틱 기타의 라이트한 스트로크 반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붉은 낙타 한 마리가 되어 은빛 사막으로 가고 싶다는 외침을 담은 코러스로 끝이 난다.
이 노래가 유난히도 내 귀에 꽂혔던 것은 앞부분의 이 두 소절 때문이었다. 욕심과 에너지로 가득했지만 그걸 가지고 뭘 해야 할 지도 몰랐던, 어설픈 내 20대의 모습을 압축해서 표현해놓은 것 같았던 그 가사..
그때 난 내 스스로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무언가에 쏟아붓고 싶었던 에너지와 열정만 가득했다. 출구를 찾지 못한 에너지는 날마다 가슴 속에서 요동쳤고 그래서 난 힘들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그렇게 내 젊은 시절은 가고 있었다.
30대가 됐을 때 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었지만..ㅎ) 그 힘겨움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그러나 40대가 됐을 때 난 그 때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난 그 시절을 담담하게 관조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는 자책에서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20대의 미숙함.. 그 미숙함으로 거대한 세상에 도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현실을 겪어볼만큼 겪어본 나는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어느새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20대는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것인데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난 그것을 그냥 보내버리고 말았다. 허긴 주변을 둘러보니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은 많아 보였다. 그것으로 자책은 조금 면할 수 있었지만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더 커지는 느낌이다.
나의 20대.. 그때 나에겐 이승환이 노래한 것처럼 붉은 낙타 한 마리가 되어 사막으로 뛰쳐나갈 용기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는 그것을 두고두고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