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미술의 세계 (1/3: 인식으로서의 미술)

sogosonnet(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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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으로서의 미술

전근대 회화와 현대 미술을 구분하는 느슨한 기준이 있다면 화가가 자연을 보이는 대로 그리려는 화가였는가, 그렇지 않았는가 하는 구분일 것이다. 초기 세잔의 작업과 르누아르, 마네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전자에 속한다.

2-4세잔초기Portrait of Uncle Dominique-Paul_Cézanne_133
도미닉 사촌의 초상화(Portrait of Uncle Dominique), 폴 세잔, 1866,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유

우리는 위 작업에서 초기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의 인상주의적 면모를 볼 수 있다. 사촌을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빠르게 칠해내려간 붓질과 극명한 명암, 뾰루퉁한 표정이 잘 드러나는 듯한 묘사가 그렇다. 그는 인상주의를 사랑했지만 대중들과 평단은 인상주의자들을 외면하고 조롱했다. 세잔은 이 때문에 자신의 작업 세계에 염증을 느낀다. 마침내 그는 인상주의를 버리고 자신의 고향인 엑상 프로방스에 돌아가서 자신의 예술관을 넓히기로 결심한다.

2-5후기Gustave_Geffroy_-_Paul_Cézanne
구스타프 조프리의 초상화(Portrait of Gustave Geoffroy), 폴 세잔, 1895, 오르셰 미술관 소유

이 그림은 세잔이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비평가인 구스타프 조프리(Gustave Geoffrey)를 그린 그림이다. 후기 세잔은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화가가 추구하는 절대적인 균형과 공간감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위 작업은 세잔의 후기 예술관이 상징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어쩌면 일부 독자들은 상단에 있는 도미닉 사촌의 초상화와 비교했을 때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자의 작업은 사실적 비례와 순간으로 그려진 작업이고, 위 작품은 화가의 주관적인 구도와 실험, 철저한 계산으로 완성됐다.

우선 이 그림은 기존의 예술 전통을 철저히 무시했다. 예컨대 책상이 눕혀진 각도를 기준으로 소실점을 잡는다고 했을 때, 피사체는 지금처럼 정면을 바라볼 수 없다. 위에서 아래를 보는 책상 구도를 채택한다면, 조프리는 얼굴보다 정수리가 더 보여야 한다. 그렇지만 세잔은 화가의 주관으로 책상 위의 난잡함과 조프리의 얼굴을 동시에 표현했다. 의도적으로 소실점 규칙을 무시한 것이다. 그렇지만 위 작업은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거나 어색해 보이진 않는다. 그 이유는 세잔이 책장으로부터 시작해서 의자 모서리를 타고 팔꿈치, 책상으로 이어지는 선을 만들어내어 인위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불안정한 구도를 단단하게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책상 위 책이 자유분방하게 흩어져 있음에도 난잡해보이지 않는 것 또한 세잔의 트릭 덕이다. 그는 석고상의 직진성, 꽃줄기의 수직성, 의자의 등받이까지 수직적 요소를 병렬 배치하는 것으로 그림의 골자를 잡았다. 세잔은 후기에 시각적 트릭을 사용하여 화가가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예술 영역을 연구했고, 그 기법은 프랑스에 기원을 둔 입체주의(Cubism)의 시초가 된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의 노력은 죽음 이후에나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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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Parau Api), 폴 고갱, 1892

세잔과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주관을 예술 사조로 승화시킨 두 사람이 더있다. 반 고흐와 고갱이다. 반 고흐는 주관적인 감정을 거친 붓질로, 뭉개진 구도로 드러냈다. 이것은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표현주의(Expressionism) 양식이 됐다. 고갱은 원시 예술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표현을 발전시켰다. 그가 발견하고 발전시킨 표현 기법은 원시주의(Primitivism)가 된다.

세잔을 포함한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세 가지 현대 미술의 기원들 모두 초반에는 미친 예술로 취급받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랑해 마잖는 반 고흐의 작업은 그가 살아있을 때 한 점 밖에 거래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세 사람의 작품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고, 시장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림이 됐다. 아웃사이더의 행보가 선구자적 예술로 부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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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 교회, 빈센트 반 고흐, 1890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