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포스트 모던 아트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이유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둔 말이다. 그보다는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하여 의문을 던지고, 우리가 간과한 것을 되짚는 의식 흐름'이라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포스트 모던 예술은 결정적 예술이라기 보다는 담론 중심의 예술 행위다. 이것은 20세기 모더니즘이 쌓아 올렸던 가치 체계 아래 소외되었던 감성이나 비주류의 것, 여성, 아이, 유색인종 등을 돌아보게 한다. 포스트 모던 예술은 다다(Dada)를 시작으로, 팝아트(Pop Art)와 인터미디어 아트(Intermedia art)가 대표적이다.
이 소변기에 뒤샹이 한 일이라곤 한쪽 구석에 자신의 필명인 "알. 머트(R. Mutt)"를 적은 것뿐이었다. 독립미술가협회 전시는 심사위원도, 상도 없는 전시였지만 위원들은 뒤샹의 작업을 반려했다. 뒤샹은 되례 반려를 거부했고, 협회는 전시가 끝날 때까지 전시장 한쪽 구석에 그것을 처박아 두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한다. 물론 관람객들도 뒤샹의 ‘샘'이 작품이라고 생각치 못했다.
전시가 끝나고, 뒤샹은 한술 더 떠 이 작업을 레디메이드(ready-made, 기성품) 작품이라고 설명하는 글을 완성해서 직접 만든 잡지에 투고한다. '샘'은 이 투고문 이후부터 유명해진다. 소변을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 설계된 기성품이 ‘작가의 사인 한 번에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논쟁이 뜨거워진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질문은 "과연 최고의 예술가는 최고의 기술자여야만 하는가?"하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뒤샹의 ‘샘'은 우리가 암암리에 동의하고 묵인하던 예술의 정의, 그 경계에 우뚝 선 작업이다. '예술가는 장인처럼 꼭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혹은, '작업이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을 허락하는 주체는 누구인가?'하는 담론을 여는 작품이다.
뒤샹의 작품 세계처럼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예술 형상을 개념 미술(Conceptual Art)이라 부른다. 뒤샹은 개념미술의 선구자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또는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고 체계에 허를 찌름으로써, 이것을 ‘아름답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예술의 허용 범위가 넓어지는 선택적 개방감을 선사한 첫 번째 예술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