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더플 데이즈 (Wonderful Days, 20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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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더풀 데이즈> 소개


개봉 : 2003. 7. 17 | 제작비 : 126억 원 | 러닝타임 : 87분 | 관객 : 30만 명 / 전국 90관 | 감독 : 김문생 | 프로듀서 : 이경학, 황경선 | 각본 : 박준용, 김문생 | 미술 : 이석연, 정윤철 | 촬영 : 이순관 | 음악 : 원일 | 제작 : 틴하우스 | 배급 : 아우라엔터네인먼트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이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하는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는 초반부터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검은 먹구름 사이를 카메라가 롱 테이크로 들어간다. 때는 2142년 에너지 전쟁으로 파괴된 지구의 생존자들이 건설한 도시. '에코반' 그리고 에너지 전쟁에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에코반의 진입이 거부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염지구 '마르'. 에코반의 에너지 체계 '델로스' 시스템은 오염물질을 에너지로 바꾸어 '에코반'에 공급을 해주며 이에 따라 오염지역을 넓히려는 '에코반' 사람들과 살아남기 위해 이를 저지하려는 '마르'인들은 충돌하고 있다. 에너지 전쟁 이후에도 사람들은 에너지 때문에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 '시실'에서.

7년의 제작기간, 126억 원의 제작비, 300명에 달하는 참여 스태프

듣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말들. 바로 원더풀 데이즈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이다. '원더풀 데이즈'는 2003년 7월 17일 전국 90개관에서 개봉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자고 외치는 감독의 의도대로 다양한 형식과 기법들을 혼합되고 서양과 동양적 양식이 혼합되여 새로운 미장센을 만들고자 했다. 원더풀 데이즈 DVD 서플먼트를 살펴보면 김문생 감독은 원더풀 데이즈의 미장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 다닐 때 콜라주를 좋아했어요.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썩어서 형태로 만들어 냈을 때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낯설어 하고… (중략) 그래서 이 영상작업을 해서 많은 실험들을 하게 되었는데 2D, 3D, 미니어처, 실사 하늘이나 비라든지 그런 걸 콜라주 작업 하듯이 썩어서 만든 화면이 원더풀 데이즈 영상이라고 생각해요.
'원더풀 데이즈' DVD 서플먼트
'원더풀 데이즈 제작기' 김문생 감독 인터뷰

캐릭터는 손으로 그린 그림, 소품과 배경은 3D 그래픽과 미니어처, 주변 환경은 실사 촬영 등 많은 영상 재료를 콜라주 형식으로 작업한 방식은 기획이 발표된 이후 애니메이션과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1996년 포스트 프로덕션을 시작해 2003년 개봉까지 총 7년의 긴 제작기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들었고 각종 해외 마켓에 포스터와 4분가량의 프로모션 필름만으로 '쉬리'의 3배, '텔미 썸딩'의 2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어 개봉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던 최고의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원더풀 데이즈는 참신한 영상미와는 다르게 실망스럽고 지루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에게 외면 받고 참패를 당하고 만다. 결국 전국 30만 관객을 가까스로 넘기고 막을 내리게 된다.

2. 스토리


원더풀 데이즈 DVD에 수록된 감독과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감독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비, 안개, 번개, 바람, 햇살을 챕터로 구성해 감독이 그 제목들에게 부여한 의미에 따라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100억이나 쏟아 부은 작품을 제작하기에는 무척이나 무모한 모험이지 않았나 싶다. 원더플 데이즈 이후 역설적으로 암흑기가 찾아온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를 보면 말이다.

에너지 전쟁 이후 생조자들은 남태평양에 오염된 공기와 물을 에너지원으로 한 인공지능 도시 에코반을 건설한다. 난민들이 속속 몰려들지만 에코반의 권력자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난민들은 에코반 근처에 터전을 마련하고, 마르라 이름 짓는다. 에코반이 건설 된지 100년 후 인공지능도시 에코반의 심장부 델로스 타워에 누군가 친입한다. 에코반 경비대원 제이는 그가 첫사랑 수하임을 알게 된다.
'원더풀 데이즈' DVD 뒷 페이지 시놉시스

원더플 데이즈의 이야기는 세계가 멸망한 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은 '미래소년 코난'이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등 이미 많은 애니메이션에서 보아왔던 낡고 헤어진 오래된 미래에서 출발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남태평양의 섬에 모여들어 오염물질을 에너지로 바꾸는 흡사 생명체와도 같은 도시 '에코반'을 건설하게 되는데 ‘마르’라고 불리는 난민들은 에코반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주변에 머물면서 궂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마르인은 에코반 외곽에 도시를 건설해 살고 있으며, 에코반에 사는 사람들에게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라 불리우며 노예취급을 받기도 한다. 지구의 순환 작용으로 점점 깨끗해지는 지구 환경 때문에 오염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했던 에코반은 오염지역을 늘려 자신들의 위치를 확보하려 하고, 오염 지역이 늘어나면서 사지로 내몰리게 되는 마르인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게 된다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전체 이야기이다.

이러한 배경적 갈등 위에 주인공인 수하, 제이, 시몬의 삼각 관계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 텔링을 하고 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요. 사랑이야기. 운명적인 사랑." 원더풀 데이즈' DVD / '원더풀 데이즈 제작기' 김문생 감독 인터뷰

하지만 원더풀 데이즈의 세계관은 심각할 정도로 구멍이 나있다.

첫번째. 세계관의 오류이다. 오염 물질을 정화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이 되살아나는 것이 두려워 더욱 자연을 파괴한다는 설정이 쉽사리 납득 되지 않는다. 또 이러한 기술의 핵심인 델로스 시스템은 오염 물질을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델로스는 이로운 시스템이다. 굳이 파괴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런닝 타임 내내 델로스를 파괴하기 위해 고군 분투한다.

두번째. 주제가 희미하다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인 원더플 데이즈와 오프닝의 내레이션 그리고 엔딩에서 델로스 시스템이 파괴되고 맑은 하늘이 다시 보여 지게 되는 화면까지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화에 대한 영상들을 보여주며 검은 먹구름과 파란 하늘을 드라마적 장치로도 쓰고 있다. 메이킹 필름에서 말하 듯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극장밖에 나갔을 때 파란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 영화를 만들자." 스태프들의 의도이기도 하다.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로써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라는 가이아 이론을 차용하면서 까지 원더풀 데이즈는 자연 환경과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려고 한듯해 보이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그런 기대감을 배신하게 된다.

수하 : 델로스 시스템이 정지되면 에코반은 어떻게 되는 거죠?
노아 박사 : 파란하늘을 보게 되지
수하 : 하늘 이야기 말고, 에코반은 어떻게 되느냐 구요?
노아 박사 : 놈들이 원치 않겠지만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야 될 꺼야..(중략) 그럼 마르나 에코반인은 한 태양 아래 동등하게 살 수밖에 없어
'원더풀 데이즈' 중에서

수하에게는 델로스 시스템을 반드시 파괴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 그가 에코반을 떠나 마르로 온 이유는 누명을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이 영화에서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시몬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수하의 욕망이 복수인지 에코반의 붕괴인지 아니면 제작진들이 말하듯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야기를 계급의 문제로 다시 분석한다면 오프닝에서 부관이 마르인을 아무런 감정 없이 죽이는 모습을 제이가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나 시몬이 에코반 회의때 위험한 일은 마르인을 시키라고 말하는 장면을 살펴 봐야한다. 수하가 그들처럼 에코반에서 살고 에코반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마르인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거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마르에서 살고 있고 마르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에코반인이었던 수하가 자신의 고향 사람보다 마르인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경위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친절하지 않다. 행동을 보면 델로스 시스템을 파괴시켜 자연을 원상복귀 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대사는 자연은 상관없다는 듯 에코반의 붕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마르인에 대한 애착 또한 불분명 하면서 마르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주인공 수하는 그야 말로 유령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와 같이 지적에 대한 대한 감독의 의견은 이렇다.

근본적으로 영화라는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예술과 다른 영화만의 장점은 바로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장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드라마만 전달한다면 문학과 차이가 없지 않은가...(중략).. 사실 스토리가 단순한 건 사실이다. 오히려 미장센과 단순한 개인들을 결합해 감동을 전해준다, 는 것이 목표이기도 했다.
"90분간의 낯선 여행을 즐겨라" 무비스트 기사
'원더풀 데이즈' 김문생 감독 인터뷰

물론 훌륭한 미장센이 훌륭한 이야기와 만났다면 분명 더 좋았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원더플 데이즈의 경우 분명치 않은 이야기가 오히려 노력해서 만든 미장센의 효과를 떨어뜨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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