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때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저는 글쓰기에 대한 재주를 타고 났다고 생각하면서 자랐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경험한 과정은 영감과 즉흥에 의한 것이었기에 창작이라는 건 재능과 영감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죠.
대가들은 - 재능 있는 사람들을 다 그렇듯 어느 날 갑자기 뮤즈가 내려와 귀속에 멜로디를 속삭여 주면 저절로 써내려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건 저의 글 쓰는 능력이 생각만큼 탁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창작은 멀어졌고 결국 한 줄도 쓸 수 없을 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학교 과목 중에 작문 시간이 있었지만 오히려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가게 될 뿐이였죠. 점점 혼란에 빠졌습니다. 어릴 적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쓰였던 단편은 단지 초심자의 행운일 뿐이었을까요? 아니면 애초부터 저에게 그런 재능은 없었던 것일까요.
소설가들은 글을 쓰지 않으면 힘들다는데 나는 글을 쓰지 않아도 살고 있으니 예술가가 되기는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단순이 창작을 신의 영역에 감춰둘 것인가? 그것은 핑계아닐까? 창작에 대한 인간의 법칙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때부터 창작에 대한 많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론서부터 작가들의 인터뷰 모음집, 창작 노트, 예술 잡지, 전문서 같은 것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작가의 연대표, 문학사, 용어 사전 같은 학문적인 것 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지하실로 내려가 타자기 앞에 앉는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습관까지. 수많은 말과 글 사이에서 창작에 대한 비밀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볼 틈이 없었습니다.
"영감에 의해 써졌나요? 습관에 의해 써졌나요?" 같은 것이 궁금했으니까요.
창작은 무엇일까? 창작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또는 나는 천재일까 아닐까?)
그동안 제가 탐험했던 창작에 대한 모든 것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 볼까 합니다. 이것은 분명 제가 돌아왔던 것만큼, 긴 여행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