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간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손님, 사진촬영 안됩니다… '핫'해지기 싫어요"
뚜껑을 열어보니 사진 찍어주는 대가로 공짜를 요구하거나 다른 손님들의 시간을 방해할 정도로 요란스럽게 사진을 찍어대는 ‘예의 없는 블로거들’을 더 이상 참아주지 않겠다는 식당 주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사에 나온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달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유명 호텔 겸 카페 ‘화이트 무스’에는 '블로거 출입 금지(All Bloggers banned from our business)'라는 문구가 걸렸습니다. 호텔 주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스팅 대가로 방을 공짜로 달라는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를 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다"며 "정 그렇게 호텔에 묵고 싶다면 나가서 제대로 일을 하고 돈 벌어서 방값 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영국 버크셔의 유명 레스토랑 '워터사이드 인'은 음식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안내문을 붙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곳의 셰프 미셸 루는 일간지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다들 사진부터 찍느라 제때 먹지도 않는다. 몇몇은 음식 사진 찍겠다고 의자에 올라서기도 한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로 유명해지는 건 싫다. 내 음식 맛을 기대하는 진짜 손님과 만나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동교동의 한 일식당 앞에도 '노 포토 노 모바일 폰(No photo, No mobile phone)'이라고 적힌 푯말이 걸렸습니다. 이 곳의 사장 역시 ‘남의 집 사진을 묻지도 않고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걸 원치 않는다’며 이 같은 방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최근 유명 맛집 사이에서는 ‘핫’해지길 싫어하는 이른바 ‘혐핫’ 신드롬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혐핫’이란 싫어하다의 한자어 혐(嫌)과 인기 있다는 의미의 핫(hot)을 결합한 단어인데요. 특정 장소가 지나치게 인기를 끌면서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식당이 유명해지길 꺼려한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식당들이 저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연남동에서 꽤 유명한 한식 레스토랑에서 2년 간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익숙합니다. 물론 매일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일주일에 한 명만 저런 사람이 찾아와도 굉장한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제가 식당에서 일할 때의 일입니다. 식당 분위기가 ‘카페+와인바’ 같이 한식당 치곤 굉장히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고 있어 사진 찍기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른바 ‘대포’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 분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이 오면 스태프들은 초긴장상황이었는데요.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주문하는 메뉴도 많거니와 아침부터 기껏 세팅해놓은 테이블 화병이며 소품들을 자기들 멋대로 바꿔놓기 일쑤입니다.
거기까진 괜찮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이 나왔을 때입니다. 테이블 전체가 다 나와야 한다며 의자에 올라가 사진 찍기는 다반사, 다른 손님이 방해를 받던 말던 온 가게를 휘저으며 셔터를 눌러댑니다. 이것 때문에 다른 손님들 컴플레인을 받은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ㅠㅠ 게다가 사진을 찍느라 음식이 식어버리면 음식이 짜네, 식었네 하며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는 분들도 심심치 않다는 사실... 손님이 늦게 드셔서 그런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반문하면 블로그에 소문 내버리겠다고 협박하시는 분들.. 솔직히 꽤 많았습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많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심지어는 브레이크 타임에 돈을 내고 찍겠다며 촬영 협조를 구하는 분들도 계셨죠. 가게 입장에서도 홍보가 되면 당연히 좋으니 선만 지켜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앞전의 분들 때문에 모든 블로거 분들이 도매급으로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식당은 유명해지길 포기해버리는 악순환의 연속이 발생합니다.
기사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제주 애월읍에 있는 한 식당은 100% 예약제로 문자메시지로만 예약을 받는다구요. 서울 한남동과 이태원에 있는 몇몇 식당은 간판도 전화번호도 없으며 심지어 회원증이 없으면 입장도 못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 주인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우르르 몰려드는 손님보다는 초창기부터 자기 가게를 찾아준 단골 손님에게 집중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보니 이연복 셰프의 사연이 떠오르네요. ‘냉장고를 부탁해’로 유명세를 얻은 이연복 셰프의 가게. 한때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곳으로 유명했죠. (저도 몇 번 도전하다가 그냥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당시 이 가게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는데요.
(정확한 워딩은 아닌데) 대략 이런 내용었습니다. 원래 이연복 가게는 고급 중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자신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손님들이 짜장면과 탕수육만 먹고 가서 방송 출연 전보다 출연 후 가게 수입이 더 적자라는 내용입니다. 또 예약자가 너무 많아서 원래 자기 가게를 찾아준 연남동 단골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내용도요. 유명해진 것도 좋지만 그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가게가 망가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 유명세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저런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곳이 늘어난다는 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네요. 저 역시 여행을 좋아하고 맛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심코 하는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았을지 돌아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