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니체,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사다. 어릴 땐 저 말을 보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함께 과학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상징이라 생각했는데, 최근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소설책(이라 말하고 이 사람 제정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은유적인 철학서)을 마음먹고 읽어보니 그렇게 단편적인 뜻은 아닌듯하다.
이 책이 의도하는 바에 따르면 ‘신은 죽었다’라는 말은, 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절대가치 그 자체를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이전시대에 악이라 규정했던 것을 모두 부정했다. 탐욕이 나쁜 것인가? 싸우는 게 나쁜 것인가? 떳떳한 게 나쁜 것인가? 니체는 이 모든 물음을 틀렸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악으로 규정한 자들이 금욕, 굴복, 순종을 선으로 여기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가치관 때문에 소설 내에서 인생을 놀고 먹으며 즐기는 YOLO족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도 있고, ‘싸우는 게 왜 나빠? 싸우지 않고 굴복하는 사람이 싸워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사람보다 더 나쁜 거 아니야?’라고 되묻기도 한다.
그런 그의 철학 때문에 그는 실제 생애에서도 민주주의와 제국주의 모두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또한 그에게는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들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니체는 이 모든 절대가치를 넘어서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초인(위버멘쉬)만이 생의 의지를 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게 오늘날 니체를 망치 철학자라고 부르게 된 ‘힘에의 의지’라는 개념이다.
니체는 특유의 은유적 표현들 때문에 해석의 여지를 항상 남겨 놓는 사람이다. 그 때문인지 여동생이 그의 책을 악의적으로 해석해서 나치즘에 이용하기도 했고, 현대에서는 허무주의(니힐리즘)의 대표 철학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허무주의자라고 말하기엔 생을 이토록 괴이하리만치 주체적인 자세로 임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소설 안에서 ‘나 자신이 내 웃음을 신성하다고 말했으니, 나 자신이 이 화관을 내 머리에 씌웠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