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간 런닝을 뛰고,
렛풀다운 등 등운동을 한 뒤,
스쿼트로 마무리.
추적추적 봄비는 을씨년스럽게 내렸고
마침 아파트 1층문 비번을 어떤 여성이 누르고 있길래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운동을 막 마친 터라 숨은 가빴고,
장우산을 들 힘이 없는 나는 우산을 땅에 질질 끌었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이어진 침묵 속에서
자신의 등 뒤에 거친 숨을 쉬며 서 있는 수염 난 아저씨가
무척이나 의식되었을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엘레베이터.
단 둘이 타는 공간에서 최대한 거리를 두며
거울만 보리라 생각하고 있던 찰나
우연히도 내가 사는 곳 한 층 위를 누르는 그녀...
순간 떠오르는 어떤 살인마에 관한 일화.
같은 엘레베이터에 살인마와 어떤 여성이 같이 타게 되었고
살인마는 그 여성이 누르는 층보다 한 층 밑을 눌렀다.
살인마는 먼저 내렸고, 문이 닫히는 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칼을 그녀에게 보이며 씨익 웃는다. 그러면서 천천히 윗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살인마..
그 뒤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에 맡긴다.
어찌되었건 나와 함께 탄 그녀가 그 일화를 모르길 바라며
엘레베이터가 층에 다다르길 묵묵히 기다린다.
아뿔싸 내 손에 하필 신문까지 돌돌 말려서 잡혀있다...
유난히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이 지나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한시 빨리 오해를 풀고자
현관문 비번을 서둘러 쳤다.
삐삐삐삐삐 또로리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그녀에게 안도감을 주는 소리가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