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에 갔다. 짙은 해무에 놀랐다. 역시 바닷가라 다르구나 생각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는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김승옥이 소설 무진기행을 통해 묘사했던 해무가 떠오를 만큼
짙고 무거운 안개!
목이 칼칼한 게 중국에서 또 공장 열나게 돌리나보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미세 먼지 농도가 어마무시하더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엔 왠지 머리칼 사이사이
치아 사이사이 모공 사이사이에 먼지톨에 촘촘히 박힌 느낌이 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하게 씻고 나와 보송보송한 침대에
몸뚱이를 파악 묻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세상 맛있고 달달한 것들을 뱃속에 든든히 넣어 주고 왔건만
고새 잊었는지 밥 달라고 꼬르륵 울어댄다.
아마 내 위장의 기억력이 제일 나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나른함과 노곤함이 배고픔을 이길 만큼 강한 덕에
꼼짝없이 이불 속에 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