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한 여직원은
향수 매니아였다.
그녀 곁을 스윽 지나가면 색이 분명한 향기가
콧구멍을 한 대 쳤다.
어느 정도였냐면
텅 빈 탕비실에 들어갈 때,
그녀가 좀 전에 이곳을 다녀갔는지 아닌지를
냄새를 맡고 알 수 있었을 정도였다.
어느날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려고
그 여직원에게 향수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다.
그러자 여러 알 수 없는 외계어가 쏟아져 나왔고,
날씨, 계절, 체온, 피부타입, 옷입는 스타일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한다며 되려 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향수에 관해 문외한인 나로선
다소 위험한 세계에 발을 들이는 느낌이었고,
선물은 다른 것으로 대체한 기억이 있다.
향수 무식자인 나도 향에 관한 나름의 취향이 있다.
뽀송뽀송한 화이트 머스크!
국민남자향수인 존 바바토스의 아티산!
(얘는 외출 전이 아니더라도 가끔 방에 뿌려 놓는다. 방금도 뿌림.)
초여름, 길거리에 담뿍 피어있는 라일락!
이건 지나가다가 얼른 달려가서 코에 파묻고 킁킁대며
냄새를 흡입한다.
사람도 각자 자신의 고유한 냄새를 갖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똥냄새가 나고,
어떤 사람에게는 하늬바람 냄새가 난다.
나는 너에게 어떤 냄새를 줄까?
가만히 앉아서 나의 살갖에 코를 묻고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