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ss61 입니다.
예전에 출간된 책에 있던 내용 중에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는 내용들도 가끔씩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현재 열심히 연재하면서 쓰고 있는 책 이외에도,
이런 저런 생각들도 함께 올릴 예정입니다~~~
아래 내용은 2008년 경에 썼던 것입니다.
얼마 전 시골집에 다녀올 일이 있어 주말에 여주에 다녀왔다.
어릴 적 사용하던 내 방은 창고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예전 앨범을 찾으려 들어갔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이 책꽂이와 책상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책이 집수리를 하면서 방치되어 몇 박스 분량이 곰팡이 쓸어서 버려지고 그나마 지금 남아 있는 책들도 노랗게 빛바랜 모습으로 남아 문득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감회에 젖었다.
예전에 읽던 책들은 대부분 소설이었으며,
몇 권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훑어보았다. 생생한 묘사에 움찔했던 《단종애사》, 《노르웨이의 숲》,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 박경리의 《토지》 등등......몇 권을 살펴보다 보니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면서 오래된 책 특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곰팡이 피어서 냄새 나는 책이면서도 친숙하고 향수를 일으키는 책의 향기는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요즘처럼 IT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신기술이 빠르게 개발되는 시대는 없었다.
몇 년 전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전자책 리더라는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다. 종이로 된 책이 아닌 전자기기로 구성된 전자책을 통해서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이가 곧 독서의 미래인 양 각종 매체에서 수 많은 기사와 장밋빛 전망을 쏟아 냈다. 그러나 결과는 현재 그 명맥만이 유지되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e-book이라는 형식(대부분 PDF의 형식으로)으로 배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에서 '킨들'이라는 전자책 장비와 제한된 개수의 전자책을 팔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되어 이제 종이 책과 비슷한 전자책이 출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오직 종이로 된 책이 주는 향기이다.
지금 세대가 아무리 디지털기기에 거부감이 없고 익숙하다고 해도 책이 없어지거나 수십 년 내에 박물관에나 전시되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털로 대체될 수 없는 책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현대인의 DNA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것을 구시대적인 매체로 생각하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없어져야 한다는 기술우위 논리로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DNA 속에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이루어진 일들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어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면서도 과거의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와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흔히 와인 하면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 그리고 그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아름다운 라벨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는 이런 용기보다는 알루미늄 캔 형태로 보존하는 것이 맛과 향에서 월등하다고 하며, 실제로 캔으로 판매가 되기도 한다.
캔이 보관과 운반이 편리하고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편익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억 속 와인이라는 단어의 특징인 유리병에 집착하게 된다.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책이 주는 용도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에 읽어본 《디지로그》라는 책에서 이러한 부분을 명확하게 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책은 디지털에 녹아 있은 아날로그적인 내용을 정리하는 데 그쳤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즉시성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책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한 최고의 장점이다. 즉, 책이나 인쇄매체의 경우는 정보를 수집하고 편집해야 하며 이를 인쇄, 배포해야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인터넷은 이런 절차를 상당부분 간소화하여 빠른 시간 안에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이 아무리 빠른 시간에 양질의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책이 주는 감수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전자기기(대부분 컴퓨터)를 통해서 보게 되는 정보는 빨리 받아볼 수 있을지 몰라도 신문을 통해서 보거나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종이에 의한 매력이 없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만 보아도 이는 명확해진다.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실재감을 어찌 모니터에서 훑어보는 느낌과 비교할 수 있을까?
책은 종이가 주는 향기뿐만 아니라 지식과 여유의 향기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을 통해서 습득하는 정보와 지식은, 인터넷의 특징처럼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집중해서 습득하기 난해하다.
짧은 지식이나 정보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사고의 폭을 넓히거나 집중력을 기르는데 부족한 감이 있다.
이렇듯 책은 우리에게 상상력이라는 선물과 함께 다양한 향기를 전달해 주는 매체이다.
책과 가까이 하면 할수록 그 향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책이 주는 향기를 같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하루 책의 향기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