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를 몹시 좋아하는 바, 아내와 퇴근하는 길에 "맥주 한 잔 할까"하면 떠오르는 집이 있다. 세종문화회관 뒷편 '경희궁의아침' 오피스텔 인근 깊숙한 곳에 숨었다면 숨었다고 할 수 있는 '테이엔'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몇 번 갔었다. 사회부 시절 친한 공무원 누님이 대학 선배라는 국정원 직원을 소개해 준대서 나간 게 처음이었는데 그 뒤로 부잣집 딸과 소개팅할 때 한 번 갔었고, 조금 돈을 쓰면서 맛있는 일식 요리를 먹고 싶을 때 몇 번 갔었다.
지난주엔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고맙게도 아내님이 맥주 한 잔 땡기신대서, 둘이서는 두번째로 이 곳을 찾았다.
일본식 닭튀김인 토리가라아게와 해물 야끼우동을 시켰는데, 야끼우동은 나오자마자 너무 젓가락을 쑤셔 대서 사진이 생각났을 땐 이미 폐허가 돼 있었다.
토리가라아게는 뭔가 오버쿡 된 느낌이긴 했지만 젓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아내가 갑자기 일이 터져서 못 먹는 상황인데도 혼자 먹었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뜨끈한 닭고기가 적당한 간이 돼 들어있는 걸 즐기다 보면 입천장 까지고 잇몸에 화상 입는 줄 모른다.
앞서 갔을 땐 저 대문의 사진에 있는 나가사키짬뽕탕과 요 모듬 튀김을 먹었다. 튀김이란 건 참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너무 잔인하게 드러나는 음식인 것 같다. 재료 상태와 반죽, 기름, 튀기는 정도 등 맛을 좌우하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고수의 튀김을 입에 넣고 한 번 씹으면 바보처럼 허허허 웃음이 나온다.
테이엔은 그런 집 중 하나다. 재료를 보면 새우를 제외하고 기름진 게 없다. 튀김을 먹는 데에 좀 죄책감을 느끼는 다이어터들에게 조금의 자기 합리화 구실을 제공한다. 고구마 튀김을 싫어하는 나인데, 남김없이 먹었다면 훌륭한 거겠지. 양파링은 정말 수도 없이 먹어봤는데 그 중 최고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테이엔은 사시미, 벤또, 나베, 덴푸라 등 내가 아는 일식의 하위 분류를 거의 다 소화한다. 사시미 나베 덴푸라류를 한두개씩 맛봤는데 내 입엔 어디하나 빠지는 게 없다.
뭐니뭐니해도 나마비루(생맥주)가 맛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산토리 프리미엄몰츠, 스텔라 아르투아를 생맥주로 취급한다. 종류는 많지 않아도 일식과 잘 어울리는 맥주를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라인업이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집은 아니다.
조용하고 북적대지 않아 널리 소개하고 싶은 집은 아니다. 점심식사 메뉴도 있고 부스 형태의 독립된 공간도 두어개 있다. 소개팅이나 약간 분위기와 취기가 동시에 필요한 자리가 있을 때도 좋다.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배가 고파질때, 일본 식당에 참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