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아내는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국가규모의 대항전은 꼭 챙겨 본다. 어제 보니 그래도 야구는 싫어하더라.
아무튼 그래서 본의아니게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아시안게임 결승전은 꼭 챙겨보게 됐다. 그러다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금메달을 놓치는 경우가 유난히 많이 눈에 들어와서 불편했다. 어린 선수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재'의 심정일까.
여자 태권도 국가대표 이아름은 21일 중국의 종시 루오와 맞붙은 겨루기 57㎏급 결승전에서 5대6으로 졌다. 상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경기 종료 전 마지막 수 초까지 동점 상황이었다. 이아름은 종료 1~2초 전 1점짜리 주먹공격을 성공시킨 직후 주먹을 들며 환호하다, 곧바로 2점짜리 발차기를 맞고 졌다. 단 1초만 진정했다면 메달 색은 금빛이 됐을 터였다. (물론 불치의 병을 갖고도 그만큼이나 했다니 그 점은, 선수 개인에게는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런 허망한 장면은 또 있었다. 24일 남자 뜀틀 결선에서는 국가대표 김한솔이 2차시기에서 착지 뒤 심판에게 인사를 안 해서 무려 0.3점을 감점 당했다. 감점이 없었다면 땄을 금메달이 날아갔다. 김한솔 역시 착지 뒤에 환호하며 관객 박수를 요구하는 몸짓을 하느라 심판에게 인사를 안했다. "인사 안 했다고 0.3점이나 점수를 깎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규정으로 등재돼 있는 '기본'이라고 한다. 기본도 모를 정도면 억울해할 일이 아니다.
지난 25일엔 남자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금메달리스트인 신종훈이 대회 2연패에 도전했다가 1회전에서 탈락했다. 전형적인 아웃복서가 묵직한 인파이터를 상대로 계속해서 맞주먹을 댈 만큼 전략도 형편없었지만, 1라운드에서 보여준 가벼운 행동은 네티즌의 비난을 샀다. 그는 가드를 내리고 몸을 흔드는가 하면, 카운터를 성공시킨 뒤 손을 들어보이며, 프로 무대 스타라도 된 것 같이 행동했다. 그는 1라운드가 끝난 뒤에 손을 번쩍 들며 경기를 다 이긴 것처럼 행동했지만 2라운드부터는 그 손을 올리지 못했다.
자잘한 지적이긴 하지만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도 이란전 후반에 골찬스를 얻었는데 굳이 뒷발로 차려다 골을 놓쳤다. 물론 그 골이 없이도 경기를 이겼고 황의조 역시 앞서도 골을 넣는 등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아무리 이기는 상황이었어도 굳이 공을 그렇게 차려고 했어야 했을까. 최용수 해설위원도 그 플레이에 대해 "공격수는 득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 동안 많은 대회를 봤는데 유독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이런 장면이 많이 목격돼 안타깝다. 어린 선수들이 순간의 기쁨을 표현하거나 연예인 같은 쇼맨쉽을 발휘하다가 금메달을 놓치는 걸 보고 혀를 차는 걸 보니 어느덧 '아재'나 '꼰대' 세대가 된 것 같다.
큰 무대에서 금메달 코앞까지 왔을 정도면 4년 이상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그런데 실력이 아닌 부분 때문에 금메달을 놓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왜 그걸 못 참을까. 심사위원 입장에서도 같은 실력, 같은 조건이면 겸손하고 성실한 선수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지 않을까.
혹시 요즘 20대 선수들에겐 메달 색깔보다 그 순간의 기쁨이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 소중하다면,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노장 대우를 받는 선수들 또래의 아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