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sol님이 만든 대문입니다.
나는 '일진이 사납다'와 같은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정말 일진이 사납다.
오전 4시 30분쯤 : 온 몸 여기저기에 가려움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모기가 한 10군데 쯤을 물어 뜯은 것 같았다. 일어나서 모기향 전원을 켜고 다시 누웠다. 여러 군데 중 새끼손가락이 너무 가렵고 욱신거려 한참을 뒤척이다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오전 5시 30분쯤 : 귓가에서 다시 "앵~" 소리가 들려, 어설픈 잠이 또 깼다. 홈매트 향이 코에 느껴지는데, 모기는 오른쪽 어깨와 팔뚝, 왼쪽 허벅지에 새로 침을 박았다. 다시 일어나서 스프레이 모기약을 뿌렸다. 아내가 잠에서 깼다. "모기 있어? 난 하나도 안 물렸는데." 그래. 남편이 대신 다 물렸다.
오전 6시 쯤 : 알람이 울렸다. 너무 졸렸다. 평소대로 15분 뒤 다시 울리도록 맞추고 다시 잠시 눈을 붙였다.
오전 6시 40분쯤 : 눈을 떠보니 40분이다. 늦었다. 서둘러야 하는데 몸이 무겁다. 오늘은 저녁에 술자리가 있어 차를 놓고 가야 했다.
오전 7시 40분쯤 : 다행히 준비는 빨리 끝냈다. 그런데 아내를 기다리며 아침 신문을 보다가 소파에서 다시 잠이 들고, 아내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며 먼저 가란다. 나는 좀 늦어도 되니 그냥 같이 가기로 했다.
오전 8시쯤 : 지하철 6호선을 탔는데 더 이상 들어올 공간이 없는데 사람이 계속 들어왔다. 합정역 전까지 내리는 사람은 없고 꾸역꾸역 타기만 했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상황에서 한 남성이 뜨거운 몸을 들이밀었다. 무리하게, 신경질적으로 밀어제꼈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오전 8시 10분쯤 : 합정에서 모두가 내린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광흥창까지 가야 하지만 합정에서 내리는 아내를 따라 일단 내리려고 했다. 아내가 아니라도 거기 서 있으면 당연히 내렸다 다시 타야 했다. 근데 그 몸이 뜨거운 남자, 무려 내 앞에 서 있는데 그 좁은 데서 다른 사람들 밀치며 옆으로 슬금슬금 움직이는 걸 보니 안 내릴 모양이다.
문이 열리고 역시 그는 옆으로 움직이다 말고 그 자리에 버텨 섰다. 뒤에선 다른 사람들이 밀고 나왔고 나는 그와 사람들 사이에 끼다시피 밖으로 나왔다. "18, 내렸다 타야지!" 입에서 욕이 나왔다. 아내가 들었다. 미안했다. 그 뜨거운 등짝과 닿아 있던 오른팔이 축축했다. 욕을 한 번 더 하고 싶었지만 아내가 한 번 봐줬을 때 참는 게 맞다.
오전 8시 30분쯤 : 일단 평소 출근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 광흥창역에서 국회로 가는 버스를 못 탄 상태. 153번과 통근용으로 운영되는 8761을 타야 하는데 첫 8761은 놓치고 153 두대는 만차라 타질 못했다. 네번째 버스를 타고 국회에 오니 오전 9시. 발제 마감 30분 전이다.
오전 9시 2분 : 국회 출입구에서 어젯밤 출입증을 차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신분증과 명함을 맡기고 출입 사유서를 적어서 임시 출입증을 발급 받았다.
오전 9시 7분 : 컴퓨터를 켰는데...
이것도 중간에 오류 나서 다시 시작... 부랴부랴 발제를 만들어서 보냈다.
다행히 오후엔 별 일이 없었다. 몸을 사린 덕분인 것 같다. 점심 때 박모 의원과 식사를 하는데 졸려서 테이블에 이마를 찧을 뻔 했다. 아침에 애써 발제한 기사들이 오후에 다 킬됐다. 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