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기나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업계 3대 전시회 중 두 개째 클리어했다. 가장 악명높다는 전시회가 하나 남았는 데 거기 가기 전에 산업부를 나가는 게 지상 목표다.
이 짓도 두번째 하니까 요령도 생기고 한결 수월했다. 그럼에도 새벽 3시 넘어까지 기사를 써 보내곤 했으니 당연히 술이 필요했다. 맥주로 한몫하는 나라 독일, 영국을 갔으니,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하나 입에 물어야 했다.
이번 글은 출장(지에서 마시고 다닌 이야)기다.
공항 나오니 밤 10시다. 빨리 들어가서 자고 싶은데 밥을 먹고 들어가란다. 가자마자 한식집이다. 그 시간까지 문 여는 곳은 한식집 뿐이란다. 한식집답게 맥주 종류가 딱 두개다. 쇼퍼호퍼란다. 처음 들어보는 맥주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밀맥주와 둥켈이다. 맛은 별로였지만 맥주라서 마셨는데... 사실 공항 라운지에서부터 맥주를 마셨던 터라. 역시 별로였다.
역시나 들어가자마자 잠을 자진 못했다. 기사 다듬어서 보내고 잤다.
독일 둘째날인가. 부스투어, 간담회, 부스투어, 간담회... 진짜 살인적인 일정을 마치고 호프브로이하우스엘 데려갔다. 뮌헨 껀데 베를린에서 먹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필스너만 죽어라고 마셨다. 끝나고 주관사 '사랑방'에 술자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잠들어서 가지 못했다.
전날 새벽까지 전시회 기사를 다 써서 올려 버리고 다음날 전시장엘 안 갔다. 혼자 베를린을 걸어다녔다. 걷다가 배가 고팠다. 목도 말랐다. 주변에 브루독 베를린 지점이 있었다. 신상 에일을 두세 잔 마셨다. 8.5도 왔다갔다 하는 맥주들을 거푸 마셨더니 머리가 띵했다. 가마에서 구운 피자 맛이 일품이었다. 피자 7조각 먹을 때까지 마셨다.
런던으로 건너가서 비로소 관광일정이 있었다. 일요일이었다. 버킹엄 궁을 갔다가 피카딜리 서커스라는 곳에서 두시간 쯤 자유시간을 줬다. 한 무리는 차이나타운 가서 대낮부터 꼬량주를 콸콸 마셨다. 다른 무리는 각자 버버리 같은 데서 쇼핑을 했다. 나는 나이 많은 타사 후배 데리고 피카딜리 극장 앞 제이미's 에 가서 버거에 맥주를 마셨다. 세잔 마셨다.
런던 둘째날 저녁 또 자유시간이 있었다. 일부는 쇼핑을 하고 런던아이에 올라가서 야경을 봤다. 일부는 한식 고깃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나는 타사 동기와 공유 자전거를 타고 런던 밤거리를 쏘다녔다. 영화 '킹스맨'을 촬영한 펍에도 갔다. "Manner maketh man." 킹스맨 기지인 헌츠맨 양복점 앞에도 가봤다. 셜록홈즈 집인 베이커가 200몇번지 홈스 박물관 앞에도 가봤다. 밤중이라 다 문앞에만 가봤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호텔 바에서 술판이 벌어져 있단다. 묵고 있던 호텔 바가 월드 베스트 바 2위도 했던 집이란다. 칵텔 두 잔을 마셨는데 보기엔 누가 먹다 남긴 것 같지만 새거였다. 맛은 달고 독했다.
호텔 방에 돌아와서 모자란 술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베를린에서부터 싸갖고 온 맥주들이 자태를 뽐냈다. 미니바 제품은 다 냉장고에서 꺼내서 위에 올려 놨다. 브루클린 라거를 마시다 졸려서 잤다.
공항에서 인솔자가 "이번 출장 마지막 술을 마시자"고 했다. 그러자고 했다. 초장부터 맥주를 마셨다. 면세점을 돌고 온 사람들도 합류했다. 웨이터가 당황했다. '이새끼들은 뭔데 이렇게 술만 마시나' 하는 것 같았다. 형, 짜증내지마. 오늘 팁으로 배가 터질 것이여.
가지고 온 맥주들은 냉장고 과일칸에 고이 모셔놓고 야금야금 마신다는 게 벌써 반 가까이 마셨다. 슬프다.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하몽을 잔뜩 샀다. 기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