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아닌 척]홋카이도 여행기 : 맥방편

shiho(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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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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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박물관에 전시된 언젠가의 삿포로 맥주 광고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이런 표정을 수도 없이 지었다. 사진은 못 올리겠다. 추해서. 오늘은 드디어 맥주 포스팅이다.


나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화 정책이 정말 악독하고 악랄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조선을 강점하는 동안 한반도에 그 흔한 맥주공장 하나 안 지었다는 것이다. 장난 아니다 진심이다. (비약을 보태면) 아편전쟁 이후 유럽은 중국 칭다오에 독일 맥주 양조장을 세웠다. 일본엔 이보다 앞서 서구의 맥주 문화가 전해졌다. 서구열강은 아시아의 문호를 반강제로 개방한 뒤 가장 훌륭한 문명의 정수인 맥주를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은 그러지 않았다. 조선을 강점하며 온갖 수탈로 단물을 쪽쪽 빨아먹으면서 좋은 건 하나도 전수하지 않았다. 괘씸하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일본 홋카이도에 가서 내 돈을 내고 맥주를 약탈했다. 삿포로 도착부터 시간 순으로 맥주 약탈기를 쓰는 김에 대략 얼마나 마셨는지 헤아려 봐야겠다.

(1)하나마루에서 마신 산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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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 우리는 하나마루 앞에서 번호표를 뽑고 두 시간을 기다렸다.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조급함과 말도 안되는 대기 시간에 대한 분노... 이런 건 자리에 앉자 마자 시킨 산토리 프리미엄몰츠 생맥주를 마시면서 눈 녹듯 사라졌다. 한국에서 마신 산토리 캔은 정말 맛있긴 하지만 자꾸 마시면 쓴 맛이 강했다. 하지만 스시를 곁들인 생맥은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바로 뒤 일정이 삿포로 맥주박물관이 아니었다면 몇 잔 더 마셨을 것 같다. 한 잔씩만 마실 작정이었는데 마지막에 시킨 오징어 덴프라가 너무나 맛있었다. 참고참고 백번 참아 작은 것으로 한잔만 더 시켜서 아내와 나눠 마셨다.

(2)삿포로 맥주박물관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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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을 허비한 우리는 발걸음을 빨리 해서 호텔에 짐가방을 던져둔 뒤 택시를 타고 맥주박물관으로 갔다. 삿포로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냐고 물으면 아아 나는 삿포로비루엔이라고 대답하리다. 비루엔(=맥주원)이라는 단지 안에 박물관과 징기즈칸(양고기구이)을 파는 비어홀, 좀 고급진 레스토랑 등이 같이 있다. 설탕공장이었던 곳에 양조장 설비를 들여 놓고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그 역사가 남다르다.
우린 박물관은 저리 치워두고 시음장으로 직행했다. 자판기에서 200미리 정도 되는 잔 3개짜리 샘플러 시음권을 각각 한 장씩 샀다. 중간에 내가 버튼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한 잔을 더 마시게 됐다!
샘플러엔 블랙라벨, 클래식, 개척사 세 잔을 받았다. 손꾸락이 미쳐서 샘플러 버튼 밑에 있는 무알콜 맥주 한잔 버튼을 누른 나는 자책감에 머리를 찧다가 그 쿠폰을 블랙라벨로 교환하고 환호성을 지르다 아내에게 혼났다. 이렇게 우리가 가져온 맥주는 도합 7잔.
솔직히 세 종류 맥주의 맛이 그렇게 많이 다르진 않았다. 왜냐면 셋 다 검나 맛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 일정을 위해 일어나면서 맥주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부둥켜 안고 울었다.(사진)

(3)그날밤 맥주박물관에서 산 개척사맥주 3병들이는 호텔에서 콸콸콸 마셨다. 그리고 맥덕으로서 개인적으로 얻은 경험을 공유하자면, 맥주잔을 사려면 박물관 기념품코너에서 살 것을 강추한다. 마트에서 끼워준 전용잔에 기뻐해선 안 된다. 기념품코너에서 파는 잔은 유리 두께도 적당하고 크기도 적당해서 정말 맥주맛을 살려 준다. 체코 필스너우르켈 박물관에서 산 것도 그렇고 이번 삿포로 박물관에서 산 것도 최고다. 크아.

(4)삿포로 맥주박물관 2차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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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맥주박물관 방문이 아무래도 아쉬웠다. 아내와 여러 차례 일정을 논의한 끝에 둘째날 비에이 투어를 마치고 징기즈칸을 먹으러 다시 가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두당 약 40000원을 내면 양고기와 맥주가 무한리필. 몇 잔을 마셨던가... 양고기와 맥주는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맥주는 6잔쯤 마시고 양고기는 5판쯤 먹은 것 같다. 더 마실 수 있었지만 아내 허락을 받지 못했다. 삿포로 클래식 파이브스타를 별도로 돈을 내고 사 마셨다. 맛은 머 말할 필요 있나.

(5)오카루 스시겐에서 오마카세 정식에다 기린 생맥주 한잔 크아.

(6)오타루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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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가면 삿포로 맥주가 있고, 하코다테에 가면 하코다테비어가 있으며 오타루에 가면 오타루비어가 있는 홋카이도는 맥덕에겐 천국과 같다. 유명한 오타루 운하 뒤에 있는 오타루비어홀은 양조장을 끼고 있다. 맥주 이름이 단순하게 필스너 바이젠 둥켈 이렇게 독일식 맥주 종류로 돼 있다. 안주도 정통 독일소세지나 학센 같은 게 있으며, 직원들이 옥토버페스트에 가면 볼 수 있는 독일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저 사기잔에 따라 파는 기간한정 맥주는 정말 꿀맛이었다. 도수가 약간 높았는데 역시 술은 고도수가 맛있다는 걸 다시한 번 느꼈다.

(7)기차에선 역시 깡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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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클래식. 홋카이도 밖에선 판매하지 않는 맥주. 홋카이도를 여행할 땐 짬 날 때마다 한 캔 씩이라도 들이켜 줘야 한다. 특히 기차에서는 창 밖 설경을 안주삼아 콸콸콸. 하코다테행 기차에서 아내 손 찬조출연.

(8)하코다테에서 고작 1박 묵는데 대부분의 업장이 쉬는 수요일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그야말로 레어템인 삿포로 더퍼펙트 클래식을 마시기 위해 밤거리를 헤맸지만 결국 실패했다. 삿포로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마셨어야 했다. 더퍼펙트는 삿포로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는 홋카이도 내 약 70곳의 업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이걸 못 먹었으니 다음에 또 가야겠다. 아내와 약속했다. 캬. 대신 우린 하코다테 포차골목에서 아사히 슈퍼드라이를 마셨다. 역시 훌륭했다. 그리고 호텔 방에서 남은 개척사맥주와 호텔 자판기에서 뽑아온 삿포로 클래식을 콸콸콸.

(9)하코다테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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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가 아름다운 가장 큰 이유는 인근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해 안주를 할 수 있고 양조장을 낀 비어홀인 하코다테비어가 오전 11시부터 술을 팔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날 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오전 11시에 하코다테비어를 찾았다. 우리가 1등이 아니었다. 아이패드 같은 기기로 주문을 하면 돼서 너무 간편했다. 간편해서 많이 먹었...다.
맥주는 독일 스타일이었다. 맥주 맛은 대체로 오타루비어보다 한 수 위다. 국제대회 수상도 몇 번 한 것 같았다. 안주는 종류가 많았다. 값은 싸지 않았다. 가격이 비싸진 않았지만 양이 적었다. 그래도 무지하게 맛있었다. 술이 술술 넘어갔다.
그리고 저 사기잔에 든 것은 문제의 사장님 맥주. 맥주 이름이 '사장이 자주 마시는 맥주'다. 사장이 자주 마실만 했다. 부러운 마음이 샘솟는다. 내가 양조장 비어홀의 사장이면 얼마나 좋을까. 입맛에 딱 맞는 맥주를 검나 만들어서 나 혼자 콸콸콸 마시려고 했는데 이런 된장 그 맥주가 검나 잘 팔리는 거다. 아 아름답다. 병으로도 하나 사서 들고 나왔다.

(10)아쉬움을 뒤로하고 한잔
마지막 밤은 노보리베츠 온천에서 보냈다. 쌓인 여독을 뜨끈한 유황온천에서 씻어내고 맥주를 마셨다. 낮에 사 온 사장님 맥주 한 병으론 너무 아쉬워서, 밤 10시에 보안 상 닫힌 료칸 문을 열고 앞 편의점으로 달려가 2017 한정판 삿포로 클래식과 그냥 삿포로 클래식 등 몇 캔을 사다 마셨다.


대략 헤아려 보니 5박6일 간 술을 10번 마셨다. 이건 아내에게 말하면 안 되겠다. 아내가 반성을 해 버리면 다음 여행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여행은 항상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와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남기고 온 아쉬움은 너무나 크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 반드시 홋카이도에 한 번 더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더퍼펙트 클래식. 언젠간 먹고 말 거다. 그리고 훗날 또 기회가 되면 내 수준의 술꾼 한두명과 같이 하코다테를 찾아 하루에 4번씩 술을 마시는 여행을 하고 싶다. 술과 안주가 너무나 많은 하코다테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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