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라면 정말 산전수전 다 겪어 봤다고 생각했다. 외국 관광청 팸투어, 국내 기업 해외활동 홍보용 출장, 재단 단기연수, 신년기획용 회사 자체주문 출장 그리고 재난현장까지.
그런데 말입니다, 내일 무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간다는데 선배들이 부러워하질 않는다. 모 전문지에 다니는 대학 후배는 "고생이 심하다던데요" 한다. 통신사 홍보담당 직원이 "전시회 출장은 원래 많이 힘들어요" 란다.
실은 그들이 말하는 '고생'이 벌써 시작된 것 같다. 그게 다 시차 때문이다. 스페인은 우리나라보다 8시간 느리다. 마감시간이 있는 신문사가 일하기 참 고생스러운 시차다. 스페인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 조식을 먹으면 오전 8시. 이 때 한국은 오후 4시. 마감시간이다. 스페인에서 밤 12시에 잔다고 치면 잘 시간이 한국 발제 시간이다. 25일에 취재해서 그걸 밤에 써서 발제문과 함께 기사를 보내 놓고 자야 제일 속 편하겠다.
문제는 뭐냐면 이번 전시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해 버리는 갤럭시S9 언팩 행사다. 온라인 엠바고가 한국시간 26일 오전 2시인데 스페인 현지 시간으로 25일 오후 6시, 딱 행사 시작하는 시간이다. 26일 아침신문에 들어가야 하니, 현지에선 25일 행사 시작하기 전, 아침 일찍 이미 기사 마감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럼 기사를 24일 밤에 써야 하는데 그날 밤 12시 30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 시작도 안 한 S9 언팩 행사 기사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스펙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니까 아직 출발도 안한 출장 기사를 쓰고 있는 거다. ㅋㅋㅋ 우습지만 할 수 없다. 아니면 도착하자마자 밤을 새야 하는데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만약 가능했다 하더라도 체력이 엉망이 돼서 이후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매일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종일 취재를 한 뒤 저녁을 먹고 술도 못먹고 기사를 써서 올리고 잠자리에 드는 '강제 바른생활' 일정에 탈이 없으려면 오늘 기사를 막아야 한다.
더 곤란한 건 S9를 아직 본 적도 없다는 것. ㅋㅋㅋ 이제까지 나온 모든 카더라와 추측성 기사를 종합해 실제 공개될 S9를 그려내야
한다. L사는 엠바고 자료를 줬지만 S사는 어림도 없다. 그날 아침에야 알려주려나 모르겠다.
해외출장은 현장에서 기사를 안 쓸 때 가장 좋다. 굉장히 이기적으로 가장 좋은 건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마감을 맞출 수 없어서, 출장자는 현장에서 놀고 기사는 국내에 남은 동료가 통신을 보고 써 주는 것. 참 이기적이지만 함 경험해보고 싶기도...
두 번째로 좋은 건 해외에서 취재만 하고 기사는 한국에 돌아와서 쓰는 것. 여행면 출장이 대체로 그렇다. 내 경우는 이스라엘 관광청 팸투어를 갔을 때 그랬다. 참 좋았다.
안 좋은 게 현장에서 기사를 쓰는 건데, 시차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낮밤이 뒤바뀌는 것도 힘들고, 2~4시간 차이가 나는 것도 참 곤란하다. 네팔 출장의 경우 한국이 3시간 15분 빨랐다. 시차는 크지 않지만 발제시간과 마감시간을 한국에 맞추려면 현지에서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발제를 하고, 그날 출고할 기사를 점심 전에 빨리 출고한 뒤에 취재를 나가야 했다. 내 경우 이렇게 시차가 적게 나면 돌아와서 시차적응 기간도 훨씬 길었다.
첫 전시회 출장이라 약간 쫄리긴 한다. 근데 대지진 현장에서 마감시간에 인터넷 안 돼서 노트북 들고 뛰어다니고, 문자메시지로 기사 보내고, 자다가 여진 때문에 뛰쳐나오고 그랬던 생각 하면 머 별거겠나 싶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보팅파워 소진 시작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