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하자마자 득달같이 기자인 척이다. 사실 어제 쓰고 싶었던 글이다.
어제 바른정당 의원 9명이 탈당을 했다.
2015년 말부터 본인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보수당을 출입하게 돼 좀처럼 출입처에 정을 붙이지 못하던 중, 박근혜를 탄핵하며 작은 샛별처럼 등장한 바른정당은 그나마 알고 싶고 재미를 붙이고 싶은 구석이었다.
주변에서는 나를 진보주의자라고, 혹은 '빨갱이'라고 알고 있다. 회사에서도 아주 어린 연차에 노조 집행위원까지 하거나 자타칭 빨갱이 선배들과 친하게 어울리곤 했으니 그럴만 하다.
하지만 고백컨대, 나는 보수주의자다. 스스로 이래저래 확인한 바로, 보수주의자에 속한다. 하나 더 고백하자면 나는 지난 대선에서 바른정당 후보를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됐기 때문도 있었지만, 나는 대한민국에 정말 보수다운 보수정당이 조금이나마 자리를 마련하길 바랐다.
그런 마음에 눈이 어두웠었나보다. 지금까지 바른정당을 탈당한 인사들을 보니 하나같이 구악 자유한국당이다. 그런 사람들과 같이 만들었던 정당이었다.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몇 사람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 이게 이 글을 쓰는 이유다.
3선의 김모 의원. 바른정당이 생기기 전부터 참 좋아했었다. 당시 새누리당에 그런 의원도 없었다. 20대 총선에서 친박의 살생부에 들어가 공천을 못 받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고, 공부도 참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나름 취약지역에서 당당히 3선을 했고 총선 직후 당이 무너지자 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르기도 했었는데 그가 쉽게 말해 친박들 다 죽여버리고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하니, 박근혜가 '저새낀 안된다' 해서 쉬운 말로 나가리가 됐다.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는 어땠나. 고고했다. 제일 먼저 뛰쳐나갔고 "당적을 갖지 않고 홀로 싸우겠다"고도 말했던 그였다. 새누리당에서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나는 그 지역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사실을 들먹이며 친해지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 9명에 들어가 있었다. 뛰쳐나갈 땐 시끌벅적하게 투사나 의인처럼 나가더니 한국당으로 들어가는 무리에 끼어들 땐 조용했다. 공부 많이 한 사람이니 창피한 줄은 알까. 나름의 변명이 있겠지만 듣지 않겠다.
3선의 황모 의원. 이건 뭐 요즘 말로 짠내나는 철새 행보다. 이 사람은 새누리당 분당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얼굴이 팔리기 시작,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전후에 유난히 근성있어 보이는 외모를 앞세운 호통 질의로 나름 많은 인기를 확보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오를 기미가 안 보이자, 오로지 반기문만 보고 당을 뛰쳐나갔던 장X원, 김X태, 이X재 등과 함께 탈당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러니 당연 그 동안 붙었던 인기가 다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비난도 폭주하고 인터넷에서 잘근잘근 씹혔다.
그랬더니 이 남자 탈당 번복 기자회견을 하고 바른정당에 남는다. 그야말로 갈팡질팡 찌질 짠내가 진동하는 남자다. 그 역시 9인 속에 슬며시 끼어 있었다.
재선의 홍 의원은 어떤가. 이 사람도 참 우습다. 대선 막바지에 갑자기 한국당을 탈당해 유승민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서 잘도 친정에 침을 퉤퉤퉤 뱉었다. 한국당 홍준표 측의 공격에 얼마나 많이 대응했으며, 그 쪽은 얼마나 공격했는지. ㅋㅋ 그랬던 그 역시 돌아간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바른정당에 추가 탈당이 있을 거란다. 거기엔 오래 전부터 유승민의 측근으로 이미지를 굳혀왔던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ㅉㅉㅉ
그럼에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재선의 하모 의원. 나는 처음에 이 사람 그냥 젊은 보수꼴통인 줄 알았다. 초선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다른 초선들과 모임 갖고 삐딱한 소리를 삑삑 해 대더니, 훌러덩 재선을 한 뒤부터 날마다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모든 국회 청문회, 감사에 엄청나게 많은 준비를 해서 임했고, 피감기관들은 그의 질의에 아픈 곳을 찔려서 허덕였다.
특히 이번 국면에서 끝까지 바른정당에 남아, 돌아간 의원들을 비판하고 있다. 항간에선 이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이 돌 정도다.
하지만 그 역시 어떻게 변할지 확신할 수 없다. 정치판은 원래 그런 것 같다. 김모 의원에게 데인 뒤로 더 이들을 믿지 못하게 됐다. 그냥 하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