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일간지 1면보기 - 노회찬 의원 별세

shiho(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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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포스팅하기가 조심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어제 우리는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접했다. 소식은 사실로 확인되고 다음날자 신문 1면에 나왔다. 한 정치인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기로 한다. 신문이 노 의원의 죽음을 어떤 시각으로 봤는지만 간략히 적겠다. 이날 '광장'의 최인훈 작가도 세상을 떠났다. 다시금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경향신문_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앞으로 나아가길_2018-07-24.jpg

경향신문

부고기사처럼 썼다. 제목은 유언장의 일부분을 따 왔다. 경향신문이 이 죽음에 대해 독자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읽힌다. 맨 첫 문단엔 '과거 다른 정치인들이 연루됐던 불법 정치자금 사건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를 받은 그가 목숨을 끊은 것 자체가 정치권에 향후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썼다. 글쎄, 정치권이 과연 그럴까.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을 '분석 도 있다'고 애둘러 말한 것 같다.


국민일보_기사 제목을 입력하세요_2018-07-24.jpg

국민일보

제목의 주인이 고인이 아닌 진보정치다. 제목만으로 썩 나쁘진 않은 듯. 부제는 그의 정치 역정을 축약해서 달았다. 이 역시 썩 나쁘지 않은 선택. 리드 문장에 고인을 '진보 정치의 기둥과 같았다'고 했다. 역시 나쁘지 않은 리드. 작은 사진은 언론에 노출된 고인의 마지막 모습, 큰 사진은 사무실 문 앞인데 큰 사진은 편집자 입장에서 봤을 때 엉망인데 사진기자가 잘못 찍었을리는 없고 편집자 트리밍이 사진을 망친 것 같다. 문 앞에 달린 노란 꽃을 찍은 건지, 그냥 사무실 문 앞 풍경을 찍은 건지, 고인의 명패를 찍은 건지 어느 하나 중요하게 잡힌 게 없는 사진.


동아일보_“경공모 돈 받았다 어리석은 선택 책임”_2018-07-24.jpg

동아일보

제목을 소리내서 읽어보자. 따옴표는 달려있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제목을 보며 동아일보가 유서 내용 중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골라서 달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가장 이념성향이 강하게 드러난 제목으로 꼽겠다. 리드 문장은 팩트만을 담았다. 두번째 문장에서 혐의를 바로 썼다. 길게 적지 않겠다.


문화일보_기사 제목을 입력하세요_2018-07-23.jpg

문화일보

석간인 문화일보는 오후에 일어난 일들에 관해서는 하루가 지난 신문에 담지만 반대로 오전에 벌어진 사건은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한다. 하루 늦게 담을 때는 당연히 풀이와 전망 등 위주로 가지만 이번엔 당연히 충실한 스트레이트로 다뤄야 한다. 제목부터 기사까지 전부 사회부 사건기사처럼 거의 완전한 스트레이트로 팩트만 챙겼다. 사진 역시 전날 마지막으로 노출된 모습을 담았다. 석간의 역할을 충실히 한 기사와 편집이다.


서울신문_검은돈, 정치인 그리고 도덕성_2018-07-24.jpg

서울신문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킹을 한 부장, 편집자를 모두 알기 때문에 그들이 가졌던 욕심과 노력과 한계를 이해할 것 같다. 스트레이트보다 분석으로 가려는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구체적 결과물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사작성 프로그램을 뒤져서 취재기자가 쓴 원고를 뒤져보지 않아도, 데스크가 기사를 거의 다시 썼다는 확신이 든다. 취재기자 시절부터 여러 차례 읽어봐서 아는 그의 기사쓰기와 문장이 후배 기자의 이름을 달고 나갔다. 난 그의 기사와 문장에 대한 평가를 할 순 없지만 이런 식의 제작엔 반대한다. 이런 식의 기사라면 아예 데스크 본인의 이름을 달고 쓰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거의 칼럼식으로 가서 제목도 완전 칼럼 제목인데, 이 편집기자 밑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건 실패다. 물론 이런 기사를 받았을 때 어떤 고민을 할지 조금은 안다. 그래도 실패는 실패. 제목을 보면 검은돈과 정치인, 도덕성에 관해 깊은 식견과 통찰이 담긴 글이 이어져야 할 것 같은데 읽어보면 소감에 가까운 서술을 앞부분에 얹은 스박(스트레이트+박스) 기사다.


세계일보_불법자금 의혹에 꺾인 ‘진보 아이콘’_2018-07-24.jpg

세계일보

무난한 제목에, 기사는 스트레이트로 갔다. 사진도 가장 많이 쓰인 것을 썼다. 그냥 방어한 지면.


조선일보_노회찬의 마지막 후회_2018-07-24.jpg

조선일보

'마지막 후회'라고 적은 제목. 무슨 의도를 담았는지 알 수가 없다. 리드 문장엔 굳이 '모친 거주 아파트'라고 적었다. 이 역시 의도를 알 수 없다. 알 수가 없다고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1면에 같이 들어간 메인사진은... 짐작 가는 게 있어도 드러난 자리에 적을 만한 게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팔면봉'에 "노회찬 의원, 투신 전 마지막 남긴 말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진보 스타 정치인도 못 피해간 정치자금의 유혹"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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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_“4000만원 어리석었다” 노회찬 유서 남기고 …_2018-07-24.jpg

중앙일보

유서를 남기고... 말 줄임으로 제목을 달았다. 중립적으로 다루려고 애 쓴 것 같다. 다만 리드 문장에 유서 내용을 인용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를 뺐다. 잘못의 인정과 사죄로만 가득찬 유서에 단 한 줄 희미하게 들어있는 변론인데 그걸 빼 버렸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한겨레신문_진보정치, 아이콘을 잃다_2018-07-24.jpg

한겨레

고인의 좋은 때 사진을 찾아서 넣었다. 진보정치를 주어로 한 나쁘지 않은 제목. 기사는 오히려 담담하다. 그러면서 짚어야 할 내용들을 충실히 짚은 잘 쓴 기사. 고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기사, 사진, 편집.


한국일보_정치자금 의혹에 스러진 ‘ 진보의 별’_2018-07-24.jpg

한국일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조금 많이 나간 제목. 정치자금 의혹이 진보의 별을 죽였다는 얘긴데... 너무 갔다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사진은 고인의 가장 최근 사진 중 표정이 안 좋은,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 것을 애써 찾은 것 같다. 사진 배경을 확장해서 기사를 얹었는데, 한국일보가 이런 편집을 자주 한다. 새로운 건 아니고 늘 그렇듯 빡빡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일보 1면답다. 여백이 없는 만큼 생각할 겨를이 없다.


sanha88@sanha88님 글 댓글에도 썼지만, 내가 고인에 대해 처음 평가를 해보게 된 건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였다.

노 의원은 항상 국감장에서 빛났지만, 나는 그가 당시 정부법무공단이 수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청구를 비공개처리한 뒤,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 행사에 따라 이를 공개하려는 정부기관에 오히려 소송을 건 사실에 관해 질의하는 걸 보고 약간 충격에 휩싸였다.

나는 해당 사안에 관해 사회부에서 기사로 쓴 적이 있다. 그래서 정부법무공단이 뭐하는 곳인지, 정부기관들과 어떤 관계인지, 정보공개청구가 어떤 건지, 여기에 비공개 처리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정부법무공단의 조치는 또 무슨 뜻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등을 짧은 분량 안에 독자들이 알아듣게 담기 위해 고심해야 했다.

노 의원은 내가 쓴 기사보다 훨씬 짧고 명료한 말들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게 질의했다.

국회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국감방송을 보고, 다른 의원들이 질의를 어떻게 하는지 보면, 다른 모든 가치에 관한 판단을 떠나, 그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의원으로서 얼마나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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