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홋카이도는 아름다웠다. 예쁜 풍경들을 담아내기에 사진 기술이 너무나 모자랐다. 오들오들 떨며, 곱은 손을 호호 불며 한장 한장 찍어낸 사진이니, 세상 시름 코인걱정 잠시 내려놓으시고 조용히 감상들 하시라.
1. 삿포로
삿포로의 약속 접선장소 1위는 저 티비탑이 아닐까 싶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면 저 티비탑 아래가 나오더라. 올라가 볼 수 있었지만 패스했다.
티비탑만 있느냐 시계탑도 있다. 시계탑과 티비탑은 지척에 있다. 삿포로의 상징 같이 돼 버린 붉은 별 마크. 메이지 시대 홋카이도 도청(?)의 마크였다고 하는데 주요 건물 곳곳에 남아 있다. 사랑하는 삿포로 맥주에도 찍혀 있다.
오도리공원이다. 삿포로시를 가로로 관통하는 긴 형태의 공원이다. 겨울엔 저렇게 조명을 켜서 공원을 꾸민다. 티비탑에서 길 건너서 죽 내려가다가 춥고 배가 고파서 그만 중도 이탈해 라멘집으로 향했다.
삿포로 비루엔은 맥주만 좋은 게 아니라 야경도 좋다. 옛날 설탕공장인지 밀가루공장인지로 쓰던 건물에 양조장비를 들여놓고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칭찬해.
2. 비에이
일일 가이드투어로 다녀온 비에이는 날씨가 안 좋아서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오고 있는 데다 차장 안엔 김이 서려 있어서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거 뭐 나무 보러 다니는 투어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곳마다 이름이 붙은 나무 한그루, 혹은 몇그루가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중 단연 신비로운 곳은 흰수염 폭포. 주변 온천수가 땅 틈을 타고 흘러내리며 고드름을 만들고 푸른빛을 내며 흘러내렸다. 따뜻한 물이 계속 김을 뿜어대니 설화 속 장면 같았다.
3.오타루
아내가 제일 좋아했던 오타루. 왜냐면 이쁘니까. 오타루에서 정말 평생 볼 눈을 다 본 것 같았다. 사진은 오타루역 플랫폼에서 본 역사 일부다.
오타루에 가는 한국인 관광객 중 99.5% 정도는 오르골당에 가지 않을까. 오르골이 참 징그럽게 많았는데 사실 어글리코리안을 너무 많이 봐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오르골당 앞 교차로에서는 한국인 아줌마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마구 길을 건너며 교통을 방해하고, 오르골당 안에서는 만지지 말라고 써 놓은 자개 장식 오르골을 한국 사람들이 막 열어보고 손자국을 찍었다. 가격을 보니 수천만원... 제발 진상짓 할 때는 한국말이라도 쓰지 마라.
오타루에 유명한 건 유리공예다. 유리공예 하나로 거대한 그룹이 돼서 이것저것 다하는 업체가 기타이치(北一)인데, 그 기타이치 그룹이 운영하는 카페가 기타이치 몇호점이던가 옆에 붙어있다. 안에 들어가니 석유 냄새가 기분 좋게 퍼져 있고 수많은 석유등이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아내를 비롯한 여성분들이 너무너무 좋아할 만한 실내 분위기. 벽면을 채운 유리 장식장 안엔 기타이치의 유리 공예품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먼저 눈에 들어오는 조명이 너무 예뻐서 자세히 봐야 보인다. 참, 커피도 맛나고 아이스크림도 기가막힌다. 홋카이도는 유제품도 유명하다.
오타루 관광객의 99.9%는 오타루 운하를 보러 이곳에 오지 않을까. 운하는 예쁘지만 잠시 뿐. 옆에 뭔 우리나라 영등포 공업사처럼 생긴 건물들은 본래 창고였는데 지금은 카페며 식당이며, 특히 오타루비어가 들어서 있다. 역시 탁월한 선택.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사랑 하코다테와 지옥의 지옥계곡 풍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