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테니스선수 정현(22)이 호주 오픈에서 무려 노박 조코비치를 꺾고 8강에 진출한 데 이어 어제는 4강에 진출했다. 제왕을 꺾은 것이 단지 행운이 아니며, 영원한 황제 로저 페더러와 승부를 겨루게 됐다는 점에서 당근빠따 사진과 기사가 1면에 가야 하는 사건이다.
이런 날은 신문 1면에 쓴 사진과 제목을 한바퀴 훑어봐 주면 재밌다. 앞선 포스팅에서 트럼프 대북 발언이 쎄게 나오던 날 1면을 비교해 봤다. 오늘은 정현이다. 신문 순서는 개인의 호불호와 전혀 관련이 없고 걍 다운받아진 차례다. 관련 있었다면 S모 신문이 맨 밑에 있었을 것. 대신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쓴다. 내가 본대로 내맘대로 쓴다.
대부분의 신문이 두 손을 번쩍 들며 하늘을 보고 웃는 사진을 썼다. 그 중 1등신문은 정현의 전신이 드러나는 사진이다. 사진엔 "난 활활 타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정현이 카메라 렌즈에 적은 말이다. 지난 경기에서 "보고있나"라고 써서 화제가 됐었다. 당근 이번엔 뭐라고 썼을지 궁금하다. 궁금한 내용을 왼쪽 상단, 즉 젤 먼저 보이는 곳에 써 줬다. 역시 1등이다. 얄밉다. 옆에 기사는 제목
글씨체 상 굵은 고딕의 톱은 아니지만 위치는 톱기사 위다. "우리 신문 1면 톱은 아니지만 이거 먼저 보고싶으니 먼저 보여주겠다"는 거다. 제목은 정현이 22세인 걸 강조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정현 얼굴 보고 22세인 줄은 정말 몰랐다. 근데 지극히 주관적으로 1등신문은 "니들 비트코인에 매달리고 맨날 어른들 탓하고 희망 없다고 비실거리는 2030들아 여기 이런 22살도 있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맘이다.
한국일보는 기사 길이를 최소화해서 사진에 얹어버렸다. 개인적으로 사진은 한국일보가 젤 좋다. 옛날 편집자들은 1면 사진에 이겼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트로피를 들고 있거나 그런 사진을 많이 쓴다. 근데 정현의 도전이 끝난 게 아니다. 사진에 제목을 그렇게 달았다. 옆에 페더러 사진도 넣었다. 이제 진짜 황제를 잡으러 달려가는 것 같다. 그래서 선택이 마음에 든다.
다만 전직 편집기자로서 너무 지면이 복작거린다. 사진을 훨씬 크게 쓰고 코트도 포샾으로 왕창 늘려서 그 위에 얹은 기사와 제목과 사진을 더 시원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옹색하다.
한겨레는 메인 제목을 사진 위에 넣고 부제와 기사를 그 아래 깔았다. 기사는 안 퍼왔다. 무난한 사진에 무난한 제목. 자이언트 킬러라... 음 페더러도 잡으면 진짜 킬러. 자이언트 킬러가 되길 희망하는 의미에서 단 제목 같다.
세계일보도 마찬가지. 레이아웃까지 한겨레랑 비슷하다. 계속 이기자는 얘기다.
국민일보는 제목 시각이 너무 어르신 관점인 것 같다. 메이저 대회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조금은 가벼운 듯 본인이 하고 싶은 표현 다 하고 국위선양이니 이딴 거보단 개인적 성취, 동료들에게 한마디 이런 것들 우선하는 젊은 패기를 주목한 것 같다. 근데 반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정말 반해서 그런 건지.. 사진은 개인적으로 최하. 배경이 너무 복잡하다. 나라면 이런 사진 안 골랐을 듯.
경향 사진 시원하게 통으로 잘 썼다. 저렇게 얇고 넓은 트리밍에 두 손이 잘리지 않을 정도로 올라가면서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을 찾기 위해 눈알 빠졌을 것 같다. 그래선지 시력에 집착한다. 근데 약시 얘기는 어제 다 나왔다. 어제 물 먹었나... 문득 저 제목을 토요일자에 달았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다. 뭔가 하루 늦은 제목.
우리 공장. 편집자 누군지 조사해보면 다 나오는데... 음 좋은 점수 주고 싶어 죽겠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사진에서 돋보이는 건 정현의 기분 좋은 자세. 그거 하나다. 카메라 렌즈에 적은 충온파이어를 갖다가 붙였는데 시커먼 글씨를 하필 사진에서 제일 복잡하고 시커먼 부분에 갖다 놔서 알고 봐도 한참 이게 뭔가 싶다. 제목은 너무 글씨가 작고 길다. 메이저 첫 호주오픈 4강?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기 쉽게 풀어쓰지도 않았는데 글자수는 검나 많다. 에이...
중앙 같은 선택이 훨씬 낫다. 독자의 입장이다. 어제 점심시간에 커피숍에 갔는데 직장인들이 경기를 보면서 엄청 신나게 환호하고 박수를 치다 들어가더라. 요즘 그렇게 시원하게 환호할 일이 없다. 그래 정현아, 형도 니가 있어 살맛이 조금은 난다. 사진도 정현이 표정 하나만 잘 보이게 이빠이 땡겼다. 검은 바탕에 하얀 제목을 얹었다. 상수다.
동아도 사진 위에 모든 걸 얹었다. 너무 많은 정보를 넣지 않았나 싶다가도 고개를 파묻고 들여다보게 된다. 큰 제목은 황제의 말투로 황제에게 명령하고 있다. 좋다. 이런 거 맘에 든다.
석간신문인 문화는 1면에 넣지 않았다. 맞는 선택이다. 거의 24시간 전의 일이다. 부족한 내용은 조간에서 다 봤다. 1면까지 뺄 필요는 없다. 대신 바로 뒤 2면에 분석 위주로 들어갔다. 물론 조간인 다른 신문도 2면에 기사를 넣기도 했다. 스트레이트가 없이 바로 처음에 독자가 박스를 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