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희 파트너 웹매거진인 '마시즘'에서 발행한 불황의 음료 경제학(?) 글을 소개합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못 사는 친구는 항상 도와야 한다’라고 배웠다. 당연히 그 못 사는 친구가 나였다. 나는 반 친구들을 꼬셔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 참여를 시켰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성금에 감동한 눈치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낄낄 자 이제 모은 돈을 내게 내놓으시지’라는 생각만 가득 찼다.
하지만 돈이 내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알고 보니 세상에는 어려운 이웃이 너무 많아서 내가 그 돈을 타기란 전교 1등을 하는 것보다 힘들었다. 우리 집은 ‘어중간한 가난’을 유지했다. 콜라는 마음껏 마시는데 와인은 못 마시는 정도랄까? 그래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마시즘이 와인 전문 미디어가 될 뻔했잖아!
경제는 매년 어려워지고 많은 것들이 떠나갔다. 아름다운 취업과 은퇴도 떠나가고, 통장잔고도 떠나갔다. 하지만 음료만은 우리의 곁에 남아있다. 이런 자본주의의 베어 그릴스 같은 녀석. 오늘은 경제위기에도 끄떡없는 음료의 생존공식을 알아본다.
이때 쿨피스가 등장한다. 매운맛을 꺼트리는 데는 이 만한 음료가 없다. 가격도 1통에 천원정도로 저렴하기에 떡볶이집, 닭발집, 불닭집, 해물떡찜집 등 각종 매운 음식집에서 소화기 마냥 쿨피스를 비치해둔다. 경제가 어려우면 매운 것을 찾고, 매우면 쿨피스를 찾는다. 경제가 너무 어려우면 너무 매운 떡볶이를 찾는다. 그랬다가 쿨피스 값이 떡볶이만큼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민심 대신 경제가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은 대용량을 선호한다. 요구르트 역시 커졌다. 280ml짜리 빅 요구르트가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히트를 치자 서울우유에서는 450ml짜리 XXL 사이즈 요구르트를 냈다. 그러자 대형마트는 750ml짜리 요구르트를 냈다.
한편 요구르트 10ml당 가격을 비교하면 작은 요구르트를 여러 개 사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수학보다 시각을 더 믿는다. 경제는 회복될지 몰라도 요구르트의 거대화 열풍은 멈출 수 없다. 아직 1.5L짜리 진격의 거인 요구르트는 나오지 않았으니까.
지난해 칠성 스트롱 사이다로 프로탄산러들의 사랑을 받았던 롯데칠성이 이번에는 ‘펩시 스트롱’을 내놨다. 출시한 지 2달 만에 130만병 돌파. 본진 음료가 잘 팔리는 와중에 목표 매출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보고 있나 코크? 이 연약한 녀석 후후.
탄산음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은 강한 도수의 맥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산토리에서 나온 7%짜리 이타다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8,000만개를 팔면서 고도수 맥주전쟁의 막을 올렸다. 분석에 따르면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해 빨리 취할 수 있는 맥주를 선호한다고.
펩시는 아예 시대별 펩시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1940년, 1950년, 1960년, 1970~80년, 1990년까지 5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된 레트로 펩시는 사실상 살아 숨 쉬는 모든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추억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은 역사 속에 사라진 음료를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따봉. 1989년에 출시되고 1993년에 단종된 그 녀석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90년대 초 주스의 대명사는 따봉이었다. 광고에서 “브라질에서는 좋은 오렌지를 찾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따봉” 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행어처럼 뜨고 빠르게 사라졌다. 그 따봉이 다시 추억의 물결을 타고 등장했다. 대신 브라질이 아니라 제주도, 오렌지가 아니라 감귤이란 게 함정이지만.
여기에는 자신은 아껴서 먹더라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추가로 저출산 현상 때문에 아이가 귀해지면서 엄마, 아빠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등등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어린이 음료를 산다. 경제위기는 가볍게 무시하는 어린이 음료의 패기. 하지만 초저저출산 시대에 도래하면 어린이 음료는 무사할 수 있을까?
‘경제가 어렵다면 물을 마시면 될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로도 갈증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료는 갈증해소 이상의 것을 하고 있다. 퍽퍽한 일상의 순간순간 마다 맛과 이야기로 마시는 사람을 응원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목이 마르기보다, 위로와 응원이 필요해서 음료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한 잔의 위로를 얻어가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축배의 음료를 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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