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학창시절, 시험지 받기도 전 답안지 마킹”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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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의 이야기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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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작은 체구에도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며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막아내 ‘초롱이’, ‘꾀돌이’란 별명을 달기도 했던 이영표 KBS축구해설위원이 “중학교 때 시험 시간에 시험지를 받기 전 먼저 받은 답안지에 마킹을 다 했다”며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 한라홀에서 개최한 ‘2018년도 학생선수 e-School 성과발표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회 자리에서다.

이 위원은 전국 중·고교 운동선수와 학부모, 지도자 등 수백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 중간 특별초청 강연자로 나서 ‘미래를 준비하는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제목으로 강연했다.

◆학생은 배움을 통해 인격적·지식적 부족함 채워나가야◆

그는 “공부를 하는 학생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저 같은 경우 중고교 다닐 때는 누구도 나한테 공부하란 얘기를 안 했다”며 “중학교 때는 시험지, OMR(답안작성 카드)이 넘어오는데 시험지가 넘어오기 전 답안지가 먼저 넘어왔다”며 “답안지 받고 시험지 오기 전에 마킹을 시작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나이대 내가 하지 못한 공부와 운동을 동시에 하는 친구들에게 역설적이게도 ‘운동선수는 공부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다 배워야 하고 또 배움을 통해서 인격적으로 지식적으로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운동하는 친구들은 전체 그 학년 평균의 50점을 받으면 되죠?”라고 반문한 뒤 학창시절 놀라운 기록(?)을 소개했다. 중고교 시절 반에 55~56명 됐는데 단 한번도 꼴찌를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 뒤에 있던 누군가는 운동하는 친구가 아니라 일반 학생이었고, 제가 54등, 53등이었다”며 “그게 미스테리였다. ‘애들 도대체 뭐지’(라고 생각할 정도). 단 한번도 꼴찌를 하지 않고 자라왔다”고 했다.

그는 과거 운동선수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 들은 ‘운동하는 선수가 (운동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아 대부분 사회 생활을 해야하는데 공부 제대로 안 하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 얘기에 불편했던 기억도 소환했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아이들도 공부로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나씩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지극히 세상이 바라보는 성공, 눈에 띄는 결과에 포커스를 맞출 때 우리에게 다양한 잘못된 생각이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부 자체보다 ‘삶의 의미, 가치’가 뭔지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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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유와 성공이 아니라 사랑” ◆

이 위원은 어릴 적 꿈이 국가대표가 돼서 유명해져 돈 많이 벌고 인정받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 행복해질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운동에만 전념했고, 결국 국가대표도 하고 유럽 주요 리그에도 진출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세상적으로 많은 것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전혀 행복하지 않아서 그때부터 많은 생각을 했단다.

그는 “잠깐의 만족이 있었지만 행복감이 지속적으로 오지는 않았다.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 (길에) 모든 초점을 맞춰 달려갔는데 거기에 행복이 있지 않았다”며 “인생에서 가장 가장 중요한 행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그때부터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 좋아했던 톨스토이의 책을 다시 읽었고 그가 왜 대가인지 알게 됐다며 “인간은 사랑으로 산다”고 한 톨스토이의 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 형제 가족의 사랑, 선생님과 친구의 사랑이 없으면 지금까지 존재 못하는 것”이라며 “사랑을 깨닫게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소유와 성공으로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할 때만 진정으로 만족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축구의 드리블을 비유로 들며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양팀 합쳐 22명이 뛰는 90분 경기를 하면서 실제 한 선수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2분~2분 30초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공없이 수비든 공격이든 하러 뛰어다닌다. 그런데 모든 관중의 시선과 방송 카메라의 포커스는 공을 가진 사람만 쫓고,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최대한 오래 공을 가지고 있으려 드리블을 한다. 하지만 한 공간에서 선수가 3초 이상 볼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편 11명 선수가 공을 뺏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이 위원은 “축구에서 기본적으로 3초가 되기 전에 동료에게 패스를 해서 빼앗길 구조를 만들지 말라고 하는 이유”라며 “그런데 선수가 주목 받으려고 공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자신은 주목 받을지 몰라도 팀은 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킵더볼(keep the ball·공을 오래 소유해)의 진정한 의미는 ‘빨리 패스해’”◆

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갔을 때 팀 훈련에서 자주 나오는 ‘킵더볼(공을 소유해라)’의 진정한 뜻은 ‘우리(팀)가 공을 오래 소유할 수 있도록 빨리 패스하라”는 것이라면서 “나에게 온 공, 즉 사람들의 관심과 나의 욕심을 포기하고 동료에게 패스함으로써 우리가 이기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게) 제 생각에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선 슈팅을 예로 들었다. 모든 정상적인 골에는 반드시 어시스트가 있다면서. 축구에서 골을 넣고 세리모니하는 선수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릴 때 정말 유능한 감독은 어시스트한 선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든다고 했다. 경기 종료 후에는 동료 선수들도 어시스트한 선수에게 가서 “너 정말 패스 좋았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많은 사람이 골을 넣고 싶어하지만 어시스트가 중요하다. 제가 주목 받고 싶어서 왼쪽 윙백 포지션을 벗어나 골을 넣으려고만 했다면 그 경기는 (졌을 것)”이라며 “어쩌면 (4강신화를 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전에서 만약 내가 크로스를 안하고 슈팅을 시도했다면, 이탈리아와의 16강 전에서 크로스가 아니라 슈팅을 선택했더라면 (결과가 안 좋았을 것이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골을 넣은 선수 전에 어시스트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자신 만의 ‘패스론’도 언급했다. 패스의 전제조건은 혼자는 못하고 둘 이상 가능하다는 것. 축구할 때 자주 하는 ‘나이스 패스’, ‘굿 패스’를 하려면 공을 주는 사람 입장에선 받는 사람이 언제, 어떻게 어떤 공간으로 볼을 받고 싶은지 계속 생각해야 하고,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언제 패스해줄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패스의 전제조건은 ‘배려’이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게 맞아 떨어졌을 때 나이스 패스가 나온다고 곁들였다. 이 위원은 “축구에서 패스 미스가 날 때는 둘 중 한명이 자기 생각대로 움직였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 말하는 주제가 토크와는 안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우리 삶의 목표가 좋은 대학 진학, 돈을 더 벌고 이런 거라면 잠깐의 만족감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사랑할 때 행복은 극대화된돠는 것을 자라나는 운동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다. 제가 소유와 명예, 인기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착각된 삶을 살았는데 거기 가보니 행복이 있지 않았다. 세상이 여러분을 엄청 유혹해도 여러분 꿈을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이 있다는걸 잊지 않길 바란다”고 강연을 마쳤다.

한편,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학생 선수들이 경기 참가와 훈련 등으로 수업결손을 비롯해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점을 보완해주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학습활동과 진로탐색을 지원하는 e-school 시스템에 대해 학생선수 10명 중 8명 가량이 ‘만족한다’(수업결손 보충, 부족한 기초학력 증진, 공부습관 형성, 성적 향상 등에 도움)는 의견을 표시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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