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강의를 가면, 낯선 곳에서 혼자 자는 날이 많다. 때론 지겹고 지친다. 그 지역에 사는 친구와 함께 잘 수 있는 날은, 아주 운 좋은 날이다.
지난 주엔, 어린 딸을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하룻밤을 함께 해 준 친구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구두가 여섯 켤레나 진열돼 있는 게 아닌가.
옷장에 보니 옷도 여러 벌 걸려있었다. 친구는 부끄러워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혹시나...필요할까봐...
혼자 아이 키우며, 직장 다니며 바쁘게 사는 내 친구. 마음만은 세상 누구보다 넉넉하다. 준비해 간 새 옷이 있었지만, 나는 친구 옷을 입었다. 신고 간 내 구두가 내 발엔 제일 편했지만, 나는 저 구두를 다 신어보고, 하나를 골라 신고 그날 강의를 했다.
옷은 어색했고, 발도 아팠지만, 강의하는 내내 힘이 났다. 사랑받고 있는 사람은, 힘이 난다.
언제 찍혔는지도 모를 사진을, 친구가 문자와 함께 보내왔다.
"눈 뜨니 바다와 하나 된 풍경, 내 친구였다."
애정을 가진 눈이 찍은 사진은, 실제보다 멋진 모습을 담아낸다. 내 마음에 드는 인생 사진들은, 사진 작가가 찍은 게 아니라, 나를 애정하는 눈들이 찍은 것들이었다.
친구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