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일입니다.
살다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 법이지만
제가 오래전 겪었던 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일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당시 제가 왜 그 곳에 가게 되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니 차치해 두고,
아무튼 어느날 전 혼자 여관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 제가 그 곳에 갔을 때에는 달리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그냥 체크인하고 잘 시간이 되어 잠이 든 것뿐이지요.
그러다가...그 때가 새벽 몇 시쯤이었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경찰이라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경찰이라는 사람들은 남자 2명이었고 사복을 입고 있더군요.
"살인사건이 났는데..주인이 살해당했습니다. 혹시 무슨 소리 못 들으셨어요?"
"네? 살인사건요?"
어찌나 놀랐는지...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더군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유분수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요?"
당연히 전 자고 있었으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던 거죠.
경찰들이 "혼자 오셨어요?" 하고 물었던 기억이 나네요.
전 혼자 왔다고 대답했고 그리고 몇 마디 더 나눴습니다.
경찰에 의하면 그날 밤 제가 자고 있던 그 시간에
여관주인이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고 하더라구요.
여관주인은 여자분이었습니다.
일련의 소동 끝에 경찰분들은 갔고 전 다시 오롯이 혼자가 됐죠.
근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제가 원래 무서움을 많이 타는 편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무서워서 잠을 못 자거나 하는 일도 물론 없구요.
그런데 그 날은 정말이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공포였죠.
경찰분들이 간 후 이미 잠은 달아났고, 섬칫하면서 무서워지기 시작하는데...
궁금해서 밖에 나가보거나 할 엄두는 아예 나지도 않더군요.
불도 끄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무섭던지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없더라구요.
계속 누군가 등을 잡아당길 것만 같고 뒤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누군가가 내가 있는 건물에서 방금 죽었다는 사실만으로
전 그날 뼛속 깊이 공포를 느꼈습니다.
당시 제가 체크인할 때 여자분이 계셨는데 그 분인가 싶었어요.
그 여자분이 주인이었을까 아님 다른 사람일까 생각했죠.
공포심에다 상상의 나래까지 펼쳐지기 시작해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다음날 서둘러 나오면서 카운터를 봤는데 웬 남자분이 있더군요.
사건에 대해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빨리 나오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니까요.
결국 끝내 살해당한 사람이 제가 봤던 여자분인지는 알 수 없었고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살면서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남다른 경험으로 남게 돼서
이따금씩 영화에서 비슷한 장면들이 나오거나 하면
그 때 일이 떠오르곤 합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역시 집이 최고입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ㅎ
참고로 돌아가신 주인분에 대해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