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scv입니다.
잠시 밖에 나갔다 왔는데 비가 오고 있네요.
쏟아지는 비는 아닌데 우산 없이는 다니기는 좀 애매한 비요.
비 오는 날 다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전 비 오는 날 나가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걸을 때 좀 이상하게 걷는지 유달리 옷이 많이 젖고
질척한 땅도 싫고 우산 드는 것도 너무 귀찮고
몸도 끈적거리는 것 같아 정말 싫어요.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되도록이면 외출을 안 합니다.
"난 비 오는 날은 절대~ 안 나가"를 강력히 어필해서인지
가족들도 이젠 그러려니 하는데요
오늘은 꼭 나가야 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어요.ㅠㅠ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요.
예전에 가족들과 캄보디아에 놀러갔을 때의 일입니다.
시엠립에서 민속촌 구경을 끝내고 근처 한국식당을 찾으러 걸어가다 게릴라비를 만났어요.
쏟아진다 해도 정말 너무 퍼붓는 그런 비였죠.
가늘기는 했지만 길에 있던 나무도 쓰러지더군요.
목적지까지 툭툭이(캄보디아 교통수단)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인지라
그냥 걸어갈 수 밖에 없었어요.
근데 도저히 맞을 수 있는 정도의 비가 아니더라구요.
벼락까지 치는데..잠깐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쉬다가.....좀 그치면 다시 걷고...
그러다 도중에 어떤 큰 건물로 피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특급 호텔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건물에서 으슥한 곳에
말 그대로 사람도 없고 으슥한 곳에 잠시 피했었는데
그 호텔 안에 있던 직원이 우리를 봤나 봐요.
갑자기 누가 오더니 비가 많이 오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구요.
그것도 아주 친절하게 말이죠.
그 때까지 저희는 거기가 호텔인 줄 몰랐는데
그 사람을 따라가보니 호텔 로비더군요.
저희는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라 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으니 굉장히 미안했어요.
근데 어찌나 친절하던지
잘은 몰라도 그 호텔 지배인쯤 되는 사람 같은데
커다란 타월도 일인당 두개씩 가져다주면서 몸을 닦고 비가 그칠 때까지 로비에 앉았다 가라고 하더군요.
정말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과분한 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그냥 로비에만 앉아있을 수는 없더군요.
밥은 한식 외에는 절대 안 먹겠다는 일행 때문에 못 먹고
그냥 커피라도 한잔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레스토랑으로 안내해 줬어요.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니 인도 사람이더군요.
(그날 냉커피 마시면서 찍은 호텔 내부)
결국 계획에 없던 음료를 마셨지만
비 오는 걸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정말 기분 좋게 비를 피할 수 있었던..
이제는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여행이라는 게 참 좋죠.
서울에서였다면 짜증스러웠겠지만
그 때는 비에 쫄딱 젖었으면서도 어찌나 재미있던지.
가족끼리 서로 마주보며 기가 막혀 큰 소리로 웃고 떠들었더랬죠.
비가 오는 날이 되면
어렴풋이 기억에 남은 잔상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런 추억들에 잠기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 비가 싫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