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기쁜날도 있고 슬픈날도 있다. 내게 있어 오늘은 참 기쁜날이다.
기다렸던 새로운 자동차가 도착하는 날이기도 하고, 제일 아끼는 후배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날 가장 기쁘게 해준것은 아들의 부반장 당선 소식이었다.
어릴적부터 구토를 달고살던 큰아들은 그로인해 또래보다 많이 성장하지 못했다. 11월생이라 실질적으로 친구들과 한살 가까이 차이가 나기에 체격적으로 많은 외소하기 까지해 늘 마음 한쪽구석이 아팠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자신보다 큰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아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던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함께 놀아줄때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 넣어주며 승리의 기쁨과 패배를 인정하는 자세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였을까.. 한없이 약할줄만 알았던 아들이었지만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강단있는 아들로 자라있었다. 아내에게 욕 먹어가며 최대한 함께 해주려 했던 내 노력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우리집은 늘 아침을 먹는다. 내가 어릴적부터 아침을 챙겨 먹어서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자랄수록 아침시간 말고는 하루중 함께할 시간이 없다는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주일 중 2,3회는 있는 야근과 1,2회의 회식으로 인해 귀가해서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는게 전부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난 아내의 구박에도 불구하도 꿋꿋하게 아침식사는 꼭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들녀석들도 워낙 어릴적부터 먹어서 인지 졸린눈을 비비고 일어나면서도 식탁으로 다가와 털석 앉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아침을 챙겨먹는다.
그런모습을 보고있으면 세상 이쁘고 귀여울수 없다. 24시간을 함께 붙어있는게 가족인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하루에 보는시간이 40분도 안될때가 많기에 난 아침식사시간이야 말로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제아침 식사시간. 아들은 내게 한가지 질문을 했다.
“아빠. 아빠는 4학년때 반장이었어요?”
초롱이라는 애칭답게 아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날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아니. 아빠는 부반장이었지.왜?”
내 답을 기다렸다는듯 아들은 질문을 이어갔다.
"응, 저 내일 부반장 선거에 나가보려구요."
의외였다. 소심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반장, 부반장이런건 안한다고 했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본격적으로 부반장 선거 준비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발표문도 함께 작성해보고 발표할시 눈빛이나 제스쳐등등. 짧았던 아침 식사시간 이었지만 함께 마주 할 수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도와줄수 있었다. 아빠 학창시절 대표 노하우를 전수해 줄수 있었음에 은근 뿌듯함이 밀려왔다. 어제 저녁까지 이어진 아들과의 즐거운 리허설을 마치고 우린 좋은 꿈을 꾸기를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서두에 거론했듯 좋은 뉴스들이 계속들려 기분이 좋았었지만 내 마음은 핸드폰으로만 향하고 있었다.
'당선되면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떨어졌다고 하면 어떻게 위로해 줘야하지...'
참..이게 뭐라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떨어지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날 사로잡았다.
그리고 2시가 넘어 울리는 핸드폰. 아내였다. 벨이 두번 울리는것조차 기다릴수 없었기에 난 바로 전화기를 낚아채며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어떻게 되었데?"
"자기야~아드님이 전화가 왔는데....부반장 후보가 7명이나 나왔데...."
아내가 말꼬리를 흐렸다.
'아...안된건가보다...7명이라면 경쟁이 만만치 않았을건데...'
아들녀석을 어떻게 위로해 줘야할까 생각하고 있는 순간 아내의 한마디가 이어졌다.
"7명중에서 압도적으로 1등했답니다. 부반장 당선이래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약한 아들도 아니었고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학교 생활도 누구보다 잘해내고 있다는 생각에 말할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걱정과는 다르게 잘 성장해주는 아들의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 오늘은 무조건 칼퇴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아들의 부반장 당선파티를 즐겨보련다.
행복이란게 별거 있을까? 이게 바로 진정한 행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