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의 첫만남
난 술을 참 좋아한다. 대학시절에 처음으로 소주를 접했다. 그 시절 소주는 23도. 소주 특유의 탁한 맛이 살짝 남아있는 내 인생의 가장 맛있었던 소주로 남아있다.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소주를 애인삼아, 청춘들의 고민거리를 안주삼아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새곤 하였다.
막걸리는 또 어떠한가.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축구를 다니면서 아저씨들의 술심부름을 하곤 했다. 잔돈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먹을수 있어서 정말 즐겁게 심부름을 다니곤 했었다. 아저씨들은 막걸리와 안주거리이 펼쳐지면 고생했다고 한모금씩 맛보라고 하셨다. 많이 먹지는 않았었지만 어쨌는 누구보다 빨리 막걸리를 접할수 있었다. 그래서 막걸리도 참 좋아한다.
여전히 술을 사랑하는 아빠
난 지금도 술을 많이 사랑한다. 모임에는 당연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을때도 반주라는 명분으로 항상 알콜을 준비해서 즐기고 있다. 하지만 1주일에 한두번씩만 즐겼던 나는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마시고 있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오늘부턴 먹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며 아침에 출근을 하지만 저녁 퇴근때만 되면 술생각이 간절해졌고 마침 아내가 안주거리가 될만한 반찬이라도 만들어 놓은 날엔 여지없이 반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분명 문제가 있긴 했다.
아들들의 충고
어제 저녁에도 집 옆 편의점에 들어 막걸리 한병을 사들고 올라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반주를 즐기려고 하는순간. 아들들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녀석은 아빠 술 너무 많이 마신다며 1주일에 한번만 마시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난 아들들을 무서워하는 아들바보 아빠이기에 이분들의 말을 안들을순 없다. 알겠다고 줄이겠다고 하며 얼버무려서 넘기려는데 이번엔 그냥 못지나친다는 아들들.
하지만 1주일에 한번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 식사시간 아이들과 마주앉아 토론을 시작했다. 밀고당기는 치열한 수싸움 끝에 아들들은 주 2회, 주말 1회 음주 하는것으로 허락해 주었다. 횟수는 정해졌으니 이제 벌칙을 정할 차례. 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빠가 약속을 안지킬 경우 벌칙은 무엇으로 할까? 횟수 정하는것 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다시 펼쳐진 뜨거운 토론 끝에 세 가지 벌칙이 도출되었다.
1. 주말 핸드폰게임 1인당 1시간씩 시켜주기
2. 주말에 밖에 나가 놀아주기
3. 용돈이랑 선물사주기
참 아이들스러운 제안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벌칙이 과연 아빠가 음주를 줄이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지 하나씩 상상해 보기로 했다.
1번. 주말 핸드폰게임 1인당 1시간씩 시켜주기
난 상황에 몰입하여 상상하기 시작했다. 내 앞에 소주잔이 놓여있다. 난 이 소주를 마시면 아이들과 약속한 주중 2회 약속을 어기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핸드폰게임 1인당 1시간씩 시켜줘야 한다. 두명이니 합이 두시간이다. 그러며 아이들의 눈도 나빠질거고 거북목도 될되고 공부도 안할거고 운동도 안할거고 그냥 게임에만 빠져 주말을 보내겠구나. 이까짓 소주가 뭐라고 아이들에게 그런 피해를 주면서 까지 마셔야 하는건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약속을 지킬수 있을것 같았다. 약속을 안지키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아이들이 봐야하는 정말 끔직한 벌칙이었다.
2번. 주말에 밖에 나가 놀아주기
역시 상황에 몰입하여 상상하기 시작했다. 내 앞에 소주잔이 놓여있다. 난 이 소주를 마시면 아이들과 약속한 주중 2회 약속을 어기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과 밖에나가 놀아줘야 한다. 그러지뭐. 어차피 그동안 밖에나가서 잘 놀아줬는데 더 잘놀아주지뭐. 마침 이번주 날씨도 좋다는데 딱좋네. 마시자. 원샷!!. 이건 오히려 악용의 소지가 있어보였다. 효과가 전혀 없을것 같았다.
3번 용돈이랑 선물사주기
마지막으로 상황에 몰입하여 상상하기 시작했다. 내앞에 소주잔이 놓여있다. 난 이 소주를 마시면 아이들과 약속한 주중 2회 약속을 어기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용돈을 줘야한다. 용돈 주지 뭐. 저금하라 하고 마침 팽이 사달라 하던데 사주지 뭐. 마시자. 원샷!! 이것 역시 효과가 없을것 같았다.
최종결정. 그 결과는?
1번이 200% 효과가 있을것 같아 난 1번으로 정하자고 주장 하였다. 처음엔 그게 좋겠다고 하던 녀석들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1번이 안좋은것 같다고 한다. 왜냐면 내가 정말 지킬것 같았나보다. 그러면 게임 1시간씩 하는건 절대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는지 아빠 그것만은 안되겠다고 한다 ㅋㅋㅋㅋ 요놈들 봐라?? 나의 끈질긴 주장끝에 결국 우리는 1번으로 합의를 보았다.
1+1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줄여야만 해야했는데 한방에 아이들의 게임시간까지 줄일 수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다.ㅋㅋ
아이들은 게임 한시간 찬스를 놓친것에 지금도 땅을 치며 아쉬워 하겠지만 말이다 ㅋㅋ
나의 건강도 챙기고 아이들의 건강도 챙길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을 찾은것 같다. 앞으로 잘 지켜나가서 반드시 두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 사랑스런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수 있도록 더 건강한 아빠가 되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