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과 이별하는 법

scottbrian(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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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은 신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난 단 한번도 그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하느님,부처님한테 수백번을 빌어봤던것 같다. 잘되게 해달라고, 시험붙게 해달라고, 아프지않게 해달라고, 로또 맞게 해달라고..하지만 그 위대한 신들께서는 바쁜 스케쥴탓인지 번번히 내 바램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셨다. 그렇게 신과 나의 연결고리가 끊겨져 갈때쯤 구원의 손길을 내미신 분이 있었으니 그 이름마저 쾌걸의 기운이 느껴지는 '지름신'이셨다.

'지름신'과 처음 만난던 때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이후였던것 같다. 매달 말일쯤이 되면 언제나 '지름신'께서는 날 부르셨다. 그리고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내게 한마디 남기시고는 홀연히 떠나시곤 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 한마디...

'야 그냥 질러!!'

언제나 내게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 하는거라며 가르침을 주셨던 분이었기에 난 그분의 말을 거역할수 없었다. 수많은 카드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난 그 카드들의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있는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찾아오시던 '지름신'께서는 성에 안차셨는지 수시로 날 호출하시기 시작하셨다. 참 바빴다. 낮과 밤으로 웹서핑을 해야만했고 저녁이되면 함께 '지름신'을 영접한 지인들과 함께 만나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분의 가르침대로 살아온게 언 15년쯤이 지난 오늘. 난 이제 슬프지만 이별을 준비하려 한다. 사실 그분의 가르침대로 살아온 삶이 그리 나쁘지많은 않았다. 셀수없이 많은 추억을 만들수 있었고 밖에서 괜히 어깨 으쓱 해지며 돌아다닐수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정작 중요한 시점에는 난 위축될수 밖에 없었고 언제 기뻤냐는듯 초라해진 날 보며 자책하곤 했었다. 이제 아이들도 커가고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시점에 더 이상 그 분과 함께하는것이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난 이렇게 '지름신'과 이별을 하고자 한다.

덕분에 즐거웠고 많이 웃었고 행복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나한테 다 못 푸신 그 한 다른 분들께 다 푸시길 바란다. '지름신'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함께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만 하고 마치겠다.

'다신 마주 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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