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내용 중에 스포가 있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1987을 보고나서 참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우선, 1987은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로는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단선적이지 않고 복잡한 내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김윤석도 영화 중간에서
"왜 이렇게까지 빨갱이를 잡는 데 목숨을 거는지, 왜 그리도 빨갱이를 증오하는지"
자연스럽게 설명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들을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해는 하게 되는 그런 장면이었죠...
김태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김태리는 저 당시를 살아가던 "평범한 대학생"일 것입니다.
당시에 데모를 바라보는 그저 선량한 소시민들 중의 하나였겠죠..
그저 가족들이 안전하길 바라고, 그저 우리 집에 아무 일도 없기만을 바라던...
이렇게 잘 묘사된, 깊이 있는 케릭터들이 모여서 1987은 관객들에게 굉장한 몰입감과 함께
현실감을 심어줍니다. 언뜻언뜻 영화라기보다는 하나의 다큐라고 느껴질 정도의 현실감을 주죠...
그렇게 한참을 몰입해서 영화를 보고나니....드는 몇가지 씁쓸한 감상이 있었습니다.
영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박희순이 " 까라고 해서 깠고 밟으라 해서 밟았다고"
군부독재 시대를 잘 표현한 대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개인의 양심과 무관하게, 다들 그저 시켜서...하라니깐....고문하고, 때리고, 억압했죠...
근데 2018년인 지금도....다들 자주 듣는 얘기 아닌가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빈번하게 나옵니다. 회사에서...학교에서...선후배사이에서...상사와 후임 사이에서..
"까라면 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1987의 저항정신, 민주주의 정신을 외치던 그 세대. 그 정신은...세월이 흐르면서 다 퇴색된 것일까요...
어쩌다가 그 세대가 이제는 그렇게 저항하던 "까라면 까"를 외치는 사람들이 된 것일까요....
여전히 우리는 "조직"이라는 미명 아래에서...생각하는 능력을 거세당한 채 "조직의 일원"이기를 강요받죠...
영화 중 아주 살짝 지나가듯이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교도소 내 사무실 같은 곳에서.... 전두환이 호헌 관련 발표하는 것을 보고는
어떤 교도관이 말합니다. " 그래~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은 수준이 안된다니까!! 직선제는 무신!"
최근 암호화폐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시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우리 미숙한, 모자란 국민들이 멋모르고 사기나 다름없는 암호화폐에 빠져드니
정부가 나서서 "계도하겠다."......
국민은 개돼지다..... 국민은 아직 모자르다...우리가 일깨워야한다.... 뭐 이런 식의...엘리티시즘...계몽주의...
1987년의 열정, 저항정신에 절절히 감동하면서도...우리는 아직까지도.... 국민을 계몽시켜야 하는
우민으로 바라보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게...참 갑갑할 뿐입니다.
우리는... 암호화폐 뿐 아니라 그 무엇에도...투자할 권리가 있으며
그 투자로 인한 손실을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건전한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무작정 금지시키고....국민을 계도하고.... 이건.....정말 군부독재 시대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네요....
가슴 아픈 현실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