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석호(29) 씨는 좆같습니다. 4125원에 산 리플(XRP)을 방금 1105원이 되는 걸 보고 막 전량매도한 참입니다. 3070원이 되자 강석호씨는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남은 90%의 현금을 전부 물타기에 사용했었습니다. 대체 마이너스 몇 퍼센트일까요? 막판에는 업비트 잔고현황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그는 이제 계산조차 잘 되지 않습니다. 402만원, 400만원이 남았다…2년동안 모은 돈을 2주만에 잃다니. 아주 멋진 라임이야. 인생 개 씨팔놈엣거… 죽을 것 같은 마음을 부여잡으며 침대, 아니 전기장판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석호씨는 인터넷 방송을 켜두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12시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아니 방으로 돌아오면 당장 자도 의학적으로 권장되는 충분한 수면이 아니었지만 뭔가 엄청난 억울함에 오버워치를 켜서 대충 하다 졸기 일쑤였습니다. 트위치는 끊기로 했는데, 씨팔, 결심한 게 어젠데,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당장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석호씨의 갤럭시 노트 8이 어둔 방을 환하게 빛냅니다. 백라이트를 줄일 생각도 않고 석호씨는 Funzinnu의 방송을 클릭했습니다. 펀가놈 스트리퍼 어디 무슨 게임중이냐..이브 온라인? 씨발. 이런거 말고 배틀그라운드나 다크 소울 이런거 하라고..옆으로 누워서 방송을 보던 석호씨는 스멀스멀 졸기 시작합니다.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였지만, 그 이상의 피로를 내재하고 있던 탓입니다.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는데..
“그런데 메로나님은 참 답답해요 답답~”
“뭐..뭐?”
“인생 대체 왜그래요? 가로쉬 선생님 말 기억 안나요?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그..그건 헬스크림 님인데..”
“아 그런 중요한건 됐고요. 넘 답답하게 사시네 증말~ 왜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아니 펀가놈 주제에.. 대체 하고싶은 말이 뭔데?”
“왜 인생을 바꾸길 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뭐 했는데요? 20배 오른 코인에 은행 돈 몰빵한거?”
“그..시발 니가 왜 나한테 참견이야? 어? 내 인생 이런건 그냥 운이 나빠서, 좆같은 집에 태어나서..”
“또 남탓이냐? 이젠 지겹다. 태어나는건 못 정해도 살아가는 건 정할 수 있는 법인데..”
“그럼 씨벌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허리 휘게 일하고 그 다음 퇴근해서 게임도 안 하고 운동하고 공부하라 이거냐? 1만 시간 공부해서 학사학위라도 일하는 도중 따라고 그거냐?”
“왜 그렇게 어려운 것부터 하려고 하세요 메로나님? 인간이 변하는 3가지 방법 이런 말 못 들어봤어요?”
“아 뭔 소린데 그게!”
“시간 배분을 바꾼다, 사는 장소를 바꾼다, 교류하는 사람을 바꾼다. 그리고 가장 쓸데없는 일은, 새롭게 결의를 다지는 것.”
“아니..씨..결의를 안 다지면 어떻게 시간 배분을 바꾸는데?”
“그래서 바꿨어요?”
“…”
“나 운동 시작해야겠다 카카오톡에 다 떠벌리고, 그래봐야 열한 명이지만. 다 알죠, 그렇게 말하면 안하면 쪽팔리니까 여기저기 떠벌리는거~ 근데 어쩌나? 안해서 쪽팔려졌는데? 사실 쪽팔리지도 않죠, 듣는 사람들은 어차피 안할거 아니까. 그게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고~ 운동도 영어도 또 뭐 있더라?”
“나만..그런 건..”
“헬스장 끊는다더니 친구가 ‘니 근육량이면 먼저 재활부터 해야겠다’ 하고 아령 사라고 하니까 휙 사서 택배 집안에 들고오는 데도 낑낑대고, 결국 뜯어보지도 않고..”
“개자식이..니가 뭔데? 니가 뭔데 자꾸 나한테 이러는데? 나에 관한 건 어떻게 알았어?”
“석호야, 과로사하는 사람이 왜 과로사한지 알아?”
“진..영이? 갑자기 무슨 말이야?”
“과로사하기전에 회사를 사퇴했으면 죽지는 않잖아,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같은것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왜 죽었을까? 그건 극도의 스트레스가 사람을 점점 갉아먹기 때문이야, 올바른 정신적 판단이 흐려지고.. 마치 에베레스트에 등반하는 사람같은 거지, 고산병이 뇌로 가는 산소를 점점 차단하다가..”
“진영아? 잘 안 들려! 뭐라는거야?”
“결국에는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죽게 되지, 인생과 차이점이라고는 에베레스트에서는 헬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 정도지. 석호야..너 그런 사람 아니었잖아, 바꿔야 해. 내 말이 들…”
“진영아! 진영아! 가지 마! 내가 잘못했어! 아직 우리 섹스도..”
석호씨는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지금이 몇 시지? 알람도 안 울렸는데. 씨팔, 충전기를 꼽고 보는 걸 깜빡했습니다. 엄지발가락으로 발치의 본체 버튼을 누르려다가 요즘 모델은 전원버튼이 컴퓨터 위에 있다는 걸 깨달은 석호씨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했습니다. 머리도 허리도 아픕니다,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이래. 문득 리플을 생각하니 가슴이 빨리 뜁니다. 얼른 일어나서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 버튼을 누르고 부팅이 완료될때까지 애꿏은 책상만 툭툭 칩니다. 오전 6시 61..아니 모니터에 묻은 먼지 때문이었습니다. 오전 6시 51분, 어쩐지 확실히 어둡더라. 문득 너무 조금 잤다는 생각을 하니 피곤해집니다. u를 쳐서 업비트로 들어간 석호씨는 리플의 가격을 봅니다. 1975원/전일대비 -12.7%
아
아
아
석호씨는 리플을 구매합니다. 점심시간에 확인한 리플의 가격은 1615원이었습니다.
2018년 1월 24일에 브릿지,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했던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