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가 있어 들른 시골 터미널에 서 있는데 한 흑인이 어쩔 줄을 모르며 보는 사람마다 두 유 스피크 잉글리시? 를 부르짖는다. 저 아가씨가 이 시골 터미널엔 웬일로 왔는지 몰라도 영어 아는 사람 없을 거다 싶은데 서너명 거쳐 내 앞으로 온다. 허걱 .. 두 유 스피크 잉글리시?
아 이럴 때도 결단이다. 예스 어 리를. (리틀이 아니다 리를)
내일 출국인데 오늘맘 서울 숙소로 가야 한단다. 동서울터미널 표 끊는걸 도와주고 숙소를 물었다. 그런데 롯데 호텔이라면서 호텔이 김포공항 근처에 있단다. 아닌데 명동인데 하니 자신있게 아니란다. 두 유 해브 유어 호텔 인포메이션? 아 이 아가씨 자신있게 아이폰을 꺼내더니 들이민다. 방화동의 롯데 시티 호텔이군.
돈 세이 택시 드라이버 롯데 호텔 . 유어 호텔 이즈 롯데 시티 호텔. 밧 아임 낫 슈어 드라이버스 언더스탠드 댓. 두 유 해브 어 펜? 아이 윌 롸잇 잇 포 유.
펜 꺼내서 아이폰에 있는 주소 한글로 적어 주고 의기양양 해브 어 굿 타임 인 코리아 해 주고 셰인처럼 돌아서서 걸었다. 요즘 영어가 좀 되는구나. 동시통역으로 직업을 바꿔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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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토록 영어 잘되는 날 영어에 관련한 악몽들이 스멀스멀 기억 속에서 기지개를 펴 왔다.
첫 번째 악몽 ----------------------------
1991년 나는 친척 방문차 LA를 방문했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의 그 나성 말이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던 도중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동양인이 주인이었다. 코리아타운 근처긴 했으나 그의 국적을 어이 알 수 있으랴. 나는 콜라 하나 주세요....를 영어로 시전했다. 메 아이 해브 어 콕?
그러자 주인 싱긋 웃었다. "그냥 우리 말로 하세요."
한국 사람이었구나. 이런 ..... 그래서 내 콩글리시가 티가 났군. 어색하게 웃으며 콜라값을 치르는데 한마디 더 보탠 주인의 말에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고향이 경상도지요?"
난 분명히 영어를 썼는데! 영어를 썼는데! 코크가 문제인가! 뭐가 문제였단 말인가!
두 번째 악몽 -------------------------
영어회화학원 다니던 당시 강사는 한국인들이 f와 p발음을 너무 구별 못한다며 반복 연습을 시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항공모함 인디펜던스가 들어왔다. 영어회화학원의 어드밴스반에 통역 아르바이트 의뢰가 들어왔을 때 결코 어드밴스 레벨이 아니었던 나는 프론트 누나를 구워삶은 끝에 항모에 입성할 수 있었다. 용기를 낼만했다. 일당 9만원.
어영부영 손짓발짓 단어 조합을 통해 통역 알바를 하던 나는 그 배 작전참모와 일본 모항에서 관광차 날아온 그의 아내를 태우고 부산 시내를 돌게 됐다. 어느 쇼핑센터 앞에 갔는데 렌트카 기사가 차 댈 곳이 없어 한 바퀴를 돌았다. 그러자 부인이 물었다. 실례지만 뭐하고 있는 거예요?
나는 정중하게 답했다. 차 댈 곳을 찾고 있습니다. 부인. We are looking for parking area. ma'am.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 팍 상한다. 둘이 동시에 되물었다 What?
아니 이 부부가 뭘 잘못먹었나 다시 한번 반복하던 나는 이내 얼굴이 새하얘지고 말았다. 나는 이렇게 발음하고 있었던 거다ㅡ "We are looking for fucking area" 뒤에 부부를 태우고..... 싱글싱글 상냥하게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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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놈의 f와 P